[월요논단]유비쿼터스와 IT혁명

◆윤석근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sky@pdmc.or.kr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최근 IT분야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정보혁명에 이은 ‘제4의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유비쿼터스혁명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그 개념조차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88년 제록스사 팰러앨토리선치센터(PARC)의 연구원 마크 와이저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립된 이 개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ubiquity), 보이지 않는다(transparency)라는 개념을 그 중심요소로 하고 있는데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직역한다면 ‘어디든지 컴퓨터가 있는 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의류·가구·자동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 어디든지 컴퓨터가 숨어 들어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돼 연동하면서 인간이 가장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선진 각국의 정부와 대기업들은 유비쿼터스 혁명을 대세로 인정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하고 있다. MS는 일찌감치 PC와 인터넷을 잇는 정보기술(IT)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스마트 리빙’으로 명명된 홈네트워크를 꼽으며 기술 개발에 매달려 왔다. 유럽에서는 사라지는 컴퓨팅이란 이름으로 관련기술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IT분야에서 한국에 밀린 일본은 2005년까지 유비쿼터스 혁명을 조기에 실현시켜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유비쿼터스 기술을 새로운 국가정보화의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고 ‘u코리아 건설’이라는 정보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는 유비쿼터스코리아 포럼구성이 공식 추진되고 있으며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에 지능형 교통·의료·환경업무를 갖춘 시범도시 ‘스마타운’ 조성까지 계획되고 있다. 산업혁명의 단계에서는 늦었지만 정보혁명에서는 앞서 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 또한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유비쿼터스는 디지털혁명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탄생한 새로운 생존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공간에 한정됐던 인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컴퓨터를 매개로 한 사이버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됐다. 전자상거래가 경제행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화폐는 온라인망을 타고 달리는 사이버머니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원하는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오디오나 비디오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도 온라인 스트리밍이 가능해지게 됐다. 바야흐로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21세기 IT사회는 20세기의 산업사회보다 훨씬 자극이 충만하며 감당하기 어려우리 만큼 유동적이다. 이른바 사이버테러와 같은 히스테릭한 원념이나 증오, 이미지 정보가 범람하기도 한다. 해킹이나 컴퓨터바이러스의 문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비롯한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문제 등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정보격차 문제 또한 쉽지 않다. IT혁명을 말하는 낙천적인 논의는 많으나 너무 단기적인 경제효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음을 경계한다.

 유비쿼터스 시대 새로운 IT혁명과 함께 지금 우리는 분명 새로운 문명사적인 전환기속에서 살고 있다. 이 시대는 신시대인으로서의 문화적 지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수반될 때만이 지식정보사회의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행복한 인류사회의 새 지평이 약속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신문화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IT강국으로서 동북아 중심국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가야 한다. 비록 산업화 과정에서는 늦었지만 유비쿼터스혁명에서는 결코 뒤쳐질 수 없다. ‘뉴 사이버월드’를 열어갈 유비티즌(Ubitizen)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