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천다이저(MD)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통업체에서 MD는 상품 주문에서 전시·판매·배송·재고 관리를 도맡아 처리하는 상품기획자를 말한다. 특히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MD는 특정상품의 유통경로를 파악해 신상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데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3일 주요 유통업체에 따르면 할인점·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등장하면서 MD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물론 유통업체 내부에서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신유통 업체들은 매년 MD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그나마 채용한 인력도 실제 업무를 맡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돼 전체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MD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 대학원이나 사설 교육기관에 유통 전반에 관한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MD인력에 맞춘 양성과정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반면 MD 전문인력의 수요는 신유통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인포머셜 업체를 포함한 TV홈쇼핑 사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40여개, 중소형 인터넷 쇼핑몰도 5000개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는 전문성을 갖춘 MD는 커녕 ‘사람구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인터파크는 최근 MD 전문화를 위해 여러 곳의 교육기관을 물색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일반 대학이나 대학원은 물론 사설학원조차 MD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MD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부재한 점도 시급히 보완돼야 하는 과제다. 유통업체마다 MD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기본직무에 관한 과정이 전부다.
예를 들어 TV홈쇼핑업체는 두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품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위한 교육이 아닌 방송위나 공정위가 규정한 유해방송이나 과장광고와 관련한 직무교육 및 담당임원 주재로 이뤄지는 기본소양 교육 수준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보조 MD제 등 전근대적인 ‘맨투맨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MD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기본적인 원가 계산이 되지 않아 상품 공급업체와 판매가격을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공급업체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해 허위 상품정보를 제공,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일부 홈쇼핑업체가 중국산 부세를 영광굴비로 팔거나 목기 등과 관련해 원산지 등을 잘못 방송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MD인력 전문학원인 아카비전을 운영하는 유혜숙 원장은 “유통업체의 경쟁력은 상품이고 상품은 전적으로 MD에 의존할 정도로 MD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유통업체 MD와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