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홈네트워킹 혁명](5.끝)모든길은 유비쿼터스로

 2020년 2월 어느날 오전 6시 노총각 회사원 K씨는 비발디의 ‘사계’가 흐르는 가운데 아침을 맞이한다. 눈을 뜨니 침대 옆에 있던 커다란 벽걸이 스크린이 갑자기 살아나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일어나세요”라고 말한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냉장고는 “오늘 아침에 포도를 안드시면 상합니다. 요구르트도 오늘 드셔야 합니다”고 한다. 이어 냉장고에 부착된 인터넷 모니터에 ‘포도와 요구르트가 상할 수 있음’이란 정보가 떠오른다.

 최근에 급속한 기술진보를 보이는 디지털컨버전스와 홈네트워킹의 미래는 이러한 유쾌한 스마트홈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 이면에는 “최소한 10년 이상 무어의 법칙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칩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고집적화는 더 작은 컨버전스 컴퓨팅 기기를 만들고 인터페이스하는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말해준다.

 최근 외신에서 보듯 꼭 1년 전 9만원대였던 256DDR램 모듈 가격이 1년새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무색케 하고 있다.

 컴퓨터 칩에 의존하는 정보기기의 소형화를 전망하는 IT업계는 당연히 소형화와 함께 어디서든 정보와 연계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그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움직임의 일단은 지난 1월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에서 소개한 시계형태의 첨단 정보수신장치인 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기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날씨와 교통정보 그리고 e메일까지 대신 수신해 주는 기기다. 더 놀라운 것은 ‘PC의 아버지’이자 유비퀴터스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팰로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박사가 “건물의 벽이나 손목 등 모든 곳에 컴퓨터가 있고 메모컴퓨터가 언제든지 손에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일부분이 비록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실현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컴퓨터 칩의 소형화와 함께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컨버전스·홈네트워킹 혁명이 유비퀴터스 혁명으로 이행하는 예고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만간 구현될 디지털홈은 결국 정보기기와 통신기술의 급속한 전개에 따라 가정은 물론 교통·상거래 등과 연계되는 인텔리전트 사회의 도래까지도 예상케 한다.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총괄 진대제 사장은 “디지털컨버전스는 결국 사물에 보다 지능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적용하면서 인간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컨버전스 홈네트워크가 발전한 미래의 모습은 ‘사물이 지능을 갖춤에 따라 인간과 인터페이스하고 교감하면서 인간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는 유비퀴터스 컴퓨팅의 전 단계인 셈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