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솔루션 전문인 윈스테크넷(대표 김대연)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과정을 보면 주목할 만한 두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IT솔루션업체가 ERP를 구축했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회사구성원의 ERP활용도가 비슷한 규모의 제조업체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도 아닌데 뭐하러 ERP를 도입했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사후기술지원을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는 솔루션업체야 말로 ERP가 필요하다고 대답합니다.”
김대연 사장은 현재 500여개의 고객사를 관리하는데 ERP가 없으면 당장 힘들어질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낸다. 유지보수도 하나의 사업모델인 솔루션 기업의 특성상 ERP를 통한 고객 사이트의 관리업무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것이 현실. 보안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현재의 수 배에 달하는 고객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ERP도입은 수지가 남는 투자다. 도입 이전에 비해 당장 고객사가 몇배 늘어났지만 관리인력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도입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지난 2001년 말 ERP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벤처기업의 투명경영화를 위해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일부 벤처기업의 잘못된 자금운용으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량기술기업 지향’이란 윈스테크넷의 경영철학을 실현하려는 행동인 셈이다. 임원들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투명경영이 가능하도록 ERP도입을 통해 원천적으로 불투명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에서다.
ERP도입 후 자금관리가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 임원진은 매일 자금현황과 채권관리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계획경영을 추진할 수 있다. 영업사원들도 양적확대만을 위한 구시대적 영업보다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질적 영업에 주력하게 돼 영업비용 절감효과도 거두고 있다. ERP 도입 이후 1년이 넘으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사장의 결단과 임직원의 ERP 활용도가 주목할 만하다. 김 사장은 안정화 기간동안 비용청구를 할 때마다 건수대로 ERP를 통해서만 올리도록 강제했다. 자금집행을 받기 위해서는 ERP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사장은 IT업체란 특성이 ERP 안정화를 가속시킨 것으로 분석한다. 전체 인력 중 90% 이상이 컴퓨터 활용에 능숙하고 ERP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ERP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남욱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처음에는 일이 두 세배 늘어나 힘들어 했습니다. 영업사원들은 더욱 미치죠. 시스템상으로 집계되니 저비용 고효율의 영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직원업무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으니 경영진만을 위한 시스템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적데이터가 쌓이면 연봉계약시 이만큼 일을 했다는 실적을 갖고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도 적극 활용하게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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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업체인가-
지난 96년 설립된 윈스테크넷은 침입탐지시스템(IDS) 전문 솔루션 업체다. 47명의 직원을 둔 이 회사는 IDS분야에서만 지난해 매출 6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제품으로는 네트워크 기반 IDS와 각종 보안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통합보안관리시스템 ‘스나이퍼 ESM’이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