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장애인에 관심을

 대구 지하철 화재현장에서 애절하게 절규하는 마지막 통화내용은 우리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오른쪽 상하반신 불편으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으로 신병을 비관해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 혼자 죽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죽는 게 좋겠다”는 말을 수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삶을 포기하고 그것도 혼자서가 아닌 불특정 다수와 함께 죽으려 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가족에게 불만이 있거나 사회에 불만이 있으면 그것은 언젠가 폭발하게 되는데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소외계층이 있는데 이들이 절망하고 좌절할 때 따뜻한 한 마디의 위로가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줄 수 있다. 장애인·도시빈민 등 소외계층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뿐이다.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정신지체장애자를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이곳에서 알게 된 정신지체장애 1급인 50대 후반의 남자분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 중년의 나이지만 행동하는 모습이 항상 어수룩하고 이기적이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곤 한다. 다른 봉사자들과 그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휴일에는 가까운 산과 들로 여행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이제는 동네 주변을 열심히 청소하면서 이웃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 아이처럼 어눌한 말투에 행동은 더디지만 심성이 고운 순수한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갖고 인정해주면 분명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번 사건은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니면 외면해 버리는 우리사회의 무관심과 시민의식 결여, 위험에 대한 안전의식 불감증이 만들어낸 엄청난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두세 명만이라도 함께 관심을 갖고 이 일이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인명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화재사건의 용의자가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또다른 사건을 일으킬줄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이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과 보호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연식 서울 구로구 구로6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