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남북IT경협 결산

 김대중 정부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지난 5년 동안 ‘햇볕정책’을 펼쳐 왔다.

 남북은 9차례 장관급 회담을 포함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정치·경제 등 각 분야에서 80차례에 가까운 공식 회담을 가지면서 분단 반세기의 벽 허물기에 나섰다. 특히 현 정부 초기 꿈틀대던 남북간 IT교류협력은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민간차원에서 ‘분단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합의들이 이어지며 지난 수십년 동안의 성과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급팽창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 3월부터 북한 조선콤퓨터쎈터와 함께 베이징에 개발센터를 두고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에 착수했으며, 하나로통신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통신부품 조립 외에 3차원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를 합작 제작했다.

 2001년 8월에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한(하나비즈)과 북한(평양정보쎈터)이 공동으로 투자한 남북 합작 IT개발·교육회사 ‘하나프로그람센터’가 중국 단둥에서 극적으로 문을 열었다. 아이엠알아이는 평양 공장에서 생산한 모니터를 2001년부터 북한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훈넷도 북한측과 ‘조선인터네트복권프로그람개발합영회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4월 외부접속이 가능한 인터넷복권 사이트와 첫 PC방을 평양에서 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학·연구기관에서는 2001년 5월 포항공대가 평양정보쎈터와 가상현실을 포함한 IT 공동연구개발 협정을 맺었으며, 지난해 7월 한양대 공대 2명의 교수가 두달 동안 김책공대의 강단에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남한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은 지난해 6월 평양시 낙랑구역에서 첫 합작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착공식을 가졌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남북 민·관통신회담을 열고 평양과 남포 일원에서 CDMA와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기본합의했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간 IT협력규모는 급팽창했지만 교류협력의 기본전제인 제도적·법적 장치 마련 등 내용 면의 진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2000년 남북 당국간에 서명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해결절차, 청산결제 등 경제협력 4개 합의서는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채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도인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대외 장벽도 남북 IT협력사업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북 IT교류 확대에 걸맞게 정부부처간 의견을 조율하고 제도적 지원을 맡는 상시기구의 설립도 과제다. 또한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 개선과 인터넷을 통한 남북간 교류확대는 새 정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