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IT정책 결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5년간 IT정책 성과

 김대중 정부의 5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곳간이 빈’ 상태에서 출발한 김대중 정부는 극적인 IMF 사태 탈출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월드컵으로 절정에 이르렀으나 말기에 잇따른 측근 비리 및 대북 불법송금 사태라는 상처로 얼룩졌다. 국민들도 교차하는 환희와 한숨속에 5년을 보냈다. 

 ‘DJ 드라마’의 한 가운데에 정보기술(IT)이 있었다. IT벤처는 IMF 위기 극복의 견인차인 동시에 거품경제의 핵심이었다. 국민의 정부 IT 궤적은 디지털 대통령을 꿈꾸며 새 드라마 예고편을 막 끝낸 노무현 정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교과서다.

 ◇IMF를 넘어서=김대중 정부의 첫 1년은 IMF 위기 극복이 최대 과제였다. 국민의 정부는 금융에서부터 기업과 공공, 노동부문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에 들어갔다. ‘빅딜’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LG와 현대의 반도체 합병이다. 반도체 빅딜은 그러나 하이닉스 사태로 번져 결국 실패한 개혁이 됐다.

 어쨌든 새 정부는 39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를 1년만에 50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IMF 위기의 불을 끈 국민의 정부는 새로운 경제 도약의 키를 찾았다. 벤처다. 정부가 앞장서 벤처시장을 활성화했으며 국민을 벤처투자 열기로 몰아넣었다. 코스닥시장의 벤처 열기는 지금의 ‘로또’ 열풍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IT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테헤란로의 임대료도 껑충 뛰었다. 제조업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화됐다. 어떻게든 디지털과 IT 냄새를 풍기도록 회사명을 바꾸는 것도 유행이 됐다.

 벤처 붐은 얼마 가지 못했다. 벤처기업들이 정치인과 관료, 여론 주도층과 결탁해 저지른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통령 일가까지 연루돼 파장은 컸다. 거품도 꺼졌다. 코스닥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IT벤처는 비리의 온상인 양 취급받았다. 미완의 구조개혁과 벤처 재도약은 노무현 정부의 과제로 남겨졌다.

 ◇눈부신 IT인프라 구축 성과=지난 5년 동안 IT산업의 발전은 김대중 정부의 치적으로 손꼽힌다. 

 163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는 5년만에 2600만명을 돌파했고, 700만명에 못미쳤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무려 3200만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 무역흑자는 97년 94억달러에서 2002년 168억달러까지 5년 내내 무역수지의 최대 효자였다.

 국민의 정부는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 만큼은 앞서가자’는 기치 아래 기업·국민과 함께 노력한 결과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 부가가치 성장률은 전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고 적어도 3분의 1 이상 기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홍동표 연구위원은 “국내 IT산업은 고성장, 물가안정, 무역수지 흑자, 투자와 고용증대 등 외환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IT산업의 성장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른 IT월드컵은 우리의 자부심을 고양시켰다.

 ◇절반의 성공=한국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후발국은 물론 선진국들까지도 우리의 초고속망과 CDMA 신화를 벤치마킹할 정도다. 하지만 인프라에 비해 내용은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지난달의 인터넷 대란에서 이미 확인됐다.

 인프라의 활용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경제적인 활용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한국기업정보화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50.92점으로 간신히 낙제점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다. 세계 수준의 IT인프라와는 너무나 대조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IT산업은 수출과 특화도, IT산업 규모 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IT 인적자원과 노동시장, 산업친화적인 정책과 법·제도 환경, 금융과 벤처창업 환경 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래서 김대중 정부의 정보화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절반은 새 정부의 몫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IT산업이 양적 성장에 성공했다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질적 성장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점에서 정권인수위가 국정 과제 중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를 포함시킨 것은 시의적절하다.

 IT산업의 발전도 당장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기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세계 IT산업의 변방에 있다. 앞선 분야도 임박한 전쟁 등으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IT산업계는 따라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IT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콘텐츠나 시스템온칩(SoC)과 같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직접적인 벤처지원과 같이 인위적인 조치는 그만큼 혹독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국민의 정부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화수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