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추진된 김대중 정부의 벤처정책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벤처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2001년 기준으로 벤처기업은 GDP의 3%(16조원), 총 수출의 4%(56억달러), 총 고용의 2%(34만명)를 차지하는 등 생산·수출·고용 등 각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로 성장했다.
벤처기업육성정책을 통해 성장한 벤처기업은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벤처기업의 성장을 통해 안정보다는 변화와 발전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을 직장으로 선택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업가정신, 모험심 및 도전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그동안 담보제공을 통한 융자에 의존하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관행이 코스닥시장 설치, 벤처캐피털 활성화, 엔젤제도 도입 등에 따라 투자자와 기업이 투자에 따른 위험과 성과를 분담하는 투자 위주의 금융관행이 형성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경험과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시작된 국민의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이 짧은 기간에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벤처기업의 압축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먼저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다 보니 벤처기업의 질적 수준의 향상을 위한 장치가 부족했다. 또 일부 벤처기업에서 회계조작 등 도덕적 해이현상이 발생, 벤처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고 이러한 이미지 저하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유치나 우수인력 확보 등 경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특히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성과주의와 맞물려 진행된 정부 위주의 정책 추진은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벤처정책은 ‘시장기능 중심의 벤처육성’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