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본격 출범하는 참여정부가 앞으로 맞닥뜨릴 ‘경제 파고’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재벌들은 당장 숨죽이고 있으나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거세게 반발할 전망이다. 또 경제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참여정부는 경제계 전반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개혁과 성장이라는 언뜻 보면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갖는 딜레마다. 경제계는 참여정부가 초반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경제정책이 갈팡질팡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시동걸린 기업구조개혁=참여정부의 기업구조개혁 전략은 국민의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SK그룹 총수에 대한 수사에서 보듯 재벌개혁은 더욱 강도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는 집단소송제 도입, 금융기관 대주주 감독강화와 금융계열 분리청구제, 금융사 보유지분의 의결권 제한,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질적인 경쟁에 몰입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한 시장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게 참여정부의 개혁철학인 셈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이러한 개혁이 당장의 경기침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재벌들은 연초 세운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와의 회견에서 “(SK에 대한 수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원칙적으로 비정상적이다. 경제가 원칙대로 될수록 중소기업이나 시장에서 힘이 약한 사람들이 유리해지며 거래의 상대방과 주주들도 더욱 안전해진다”며 개혁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참여정부 초반엔 기업구조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5년간의 풍향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북아 허브 잰걸음=참여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경제의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중심사회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동북아지역의 연구개발(R&D)과 물류·금융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참여정부는 또 수도권 등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 거점을 고르게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외국기업들이 들어오려고 애를 쓸 정도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에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각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빼놓지 않는다.
실제로 외국에 비친 우리나라는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나라’다. 더욱이 우리나라보다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이 이웃해 있다.
한 외국기업의 CEO는 “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들려면 기존 법과 제도 전반을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다.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에 이를 완성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인 발전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산업 활성화로 경제활력 찾아야=그간 국내 경기 전반이 침체됐으나 IT산업만큼은 활력이 넘쳤다. 그런데 올들어선 상황이 여의치 않다. 휴대폰, 반도체 등의 수출이 주춤하고 있다.
IT산업계는 식어가는 우리 경제의 엔진을 다시 가동시키는 게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IT경기 진작에 대해선 별다른 정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진작이 갖고올 파장을 우려한 것이지만 ‘잘 하는 IT에 대한 지원을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세계 수준에 근접한 것은 IT산업뿐이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수년간 더욱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초기 IT산업의 활성화 여부가 향후 거세질 재벌의 반격을 잠재우는 한편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