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가격 하락 업계 `초비상`

 올해 휴대폰 가격이 주요 메이저업체간 경쟁심화와 재고누적으로 세계적으로 평균 10∼1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 호조로 승승장구중인 국내 이동전화단말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메이저 휴대폰 업체들은 올해 누적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박상진 부사장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3GSM월드콩그레스에서 “휴대폰 재고가 지난 몇 달 동안 누적돼 제조업체들의 가격인하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분기에 가격을 10달러 정도 인상하며 고급화를 주도했지만 올해에는 대당 수출가격을 1분기 180달러에서 4분기에는 166달러로 내려 잡았다.

 중국의 CDMA서비스업체인 차이나유니콤은 공급자 확보를 위해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가격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서비스업체들도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큐브 강원희 사장은 “중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파트너들이 차이나유니콤을 앞세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주문하고 있다”며 “앞으론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휴대폰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로컬업체들의 약진과 국내 업체들의 경쟁으로 올해 최고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올해부터 중국의 하이엔드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cdma2000 1x 단말기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OEM 주문가격이 대당 220∼230달러를 상회했으나 올들어 160∼17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가격하락은 고수익을 올렸던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마진율 10% 이하의 OEM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팬택 이성규 사장은 “2.5 및 3세대 휴대폰으로 발빠르게 주력품목을 바꾸고 원가절감안도 마련했지만 가격하락 폭이 워낙 커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국내 업체 중 몇이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맥슨텔레콤 김현 사장은 “일부 국내 업체들이 아직도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을 늘이는 데 혈안이 돼 가격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중계기업계처럼 휴대폰도 한국 업체끼리의 출혈경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업체 수가 100여개가 넘는 국내 휴대폰 업계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브랜드를 크게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휴대폰 산업의 강점은 제품력을 더욱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