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모니터 강국인 한국에서 모니터 생산이 사라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한솔전자·이미지퀘스트 등 국내 대형 모니터 업체들의 올해 모니터 해외 생산 비중은 적게는 65%에서 많게는 9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세계 PC산업의 지속적인 침체와 업체간 경쟁심화로 국내 모니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가동률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해외 생산 가속화는 관세청 통관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국내 컴퓨터 수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모니터 업체인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슬로바키아에 연 200만대 규모의 모니터 공장을 새로 설립한 데 따라 올해 모니터 해외 생산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증가한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 4개 라인의 CRT 및 LCD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오는 하반기에 1∼2개의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할 예정이다. 특히 CRT 생산시설을 연내 모두 해외로 이전, 국내에서는 대형 LCD모니터만을 생산하게 된다.
지난해 해외 생산비중이 70%에 이르렀던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올해 해외 모니터 생산시설을 증설하거나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외 생산비중을 80∼8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구미공장의 한 개 CRT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 현재 국내에는 한 개의 CRT라인과 두 개의 LCD생산 라인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태국 모니터 생산공장에 두 개의 생산라인을 이전한 한솔전자(대표 전대진)은 올해 6월까지 국내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개 모니터 생산라인까지 태국으로 이전, 아예 모니터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진천공장에 그대신 새로 참여한 백라이트(BLU) 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이 회사는 모니터 생산시설이 연내 해외 이전이 완료됨에 따라 지난해 50% 정도였던 해외 생산 비중이 올해는 9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지퀘스트(대표 김홍기)는 지난해말 중국 공장에 LCD모니터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CRT중심의 해외 공장시설을 LCD 생산기지로도 전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해외 생산비중이 작년보다 5%포인트 높아진 6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해외 생산시설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비티씨정보통신(대표 신영현)은 지난해 프랑스에 LCD모니터 및 TV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공장을 설립했으며 아이엠알아이(대표 유완영)도 올해 네덜란드에 LCD TV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환율변동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지 생산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는 모니터 제조기지로서의 역할은 끝났으며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모니터업체 국내 생산 물량 추이 (단위:만대)
업체명 2000년 2001년 2002년 (3분기까지) 2003년(추정)
삼성전자 596 349 380 200
LG전자 392 400 301 200
한솔전자 89 59 41 20
이미지퀘스트 34 56 52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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