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hyunkim@sechanglaw.com
앞으로 10년 후 한국은 무엇으로 4500만(통일 후 7000만)의 인구를 부양할 것인가. 이것은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하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문제인데 우리 정부도 10년 후 한국경제의 진로에 관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단절되고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미래 전망을 단기적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어떻게 하면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 총력을 집중해야 하며, 국제경쟁력과 과학기술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인사를 중용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성취욕이 많고 품성이 바른 적임자를 적합한 위치에 임명한다면 새 정부의 목표설정·업무수행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의 인사를 보면 전문성이 지나치게 배제되고 오로지 충성심과 대통령과 얼마나 같은 생각을 하는지를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우리에게는 국정에 관해 이것저것 새로운 실험을 할 시간이 별로 없으며, 경험있는 유능한 집단인 관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우리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신세를 졌다거나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는 과거의 ‘인연’보다 예컨대 ‘IT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고, 얼마나 국제경쟁력이 있는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요직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YS시절 반독재 투쟁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DJ시절에는 동교동에서 같이 고생했다는 이유로 동지들에게 여러 요직을 분배했는데 그 결과 무능한 행정부라는 평가를 들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활동분야에서 1인자로 인정받는 현장감각 있는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은 지상명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삼성전자·포스코와 같이 경쟁력있는 세계적 기업을 임기 중 100개 만들겠다는 각오로 정부와 기업이 같이 뛰어야 한다. 이미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끌어내리거나 발목을 잡아 하향평준화해서는 안되고, 우량기업들이 마음놓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노사문제도 이 같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노사간 사사건건 개입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자유스런 협상에 의해 노동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솔직이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먹고 사는 것도 현대자동차·삼성전자·대림산업 같은 기업이 열심히 수출하고, 협력업체에 일감을 주며, 직원을 많이 고용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치적 공과는 있지만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과학기술 육성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해외 과학자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 귀국시키며 과학기술원을 과학자들의 메카로 만든 것처럼 과학자 우대정책을 과감히 펴서 공대생이나 자연대생이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어처구니없는 인적 자원의 낭비가 없어져야 한다.
교육정책의 목표는 국가경쟁력을 가진 인재육성에 둬야 하며, 창조적 소수에 대해 확실한 영재교육을 실시해 국가의 동량으로 키워야 한다. 선진국 치고 영재교육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 과학고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도록 과학자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이 분야의 장학금을 크게 늘려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있는 인재를 공급하는 것을 대학 교육의 중요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세번째, 외교는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내실있게 다져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불안한 국제정세를 조성해서는 안된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 4강으로부터 안정감있다는 신뢰를 받고 더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과는 민간 중심의 인도적 교류를 꾸준히 지속해 민족동일성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북한의 군사위협이나 핵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이므로 단호히 대처한다. 통일을 감상적으로 서두르기보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고려하고 통일 후 북한 주민에 대한 근본적인 생활대책을 세워야 하므로 장기적 안목으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우리 안보의 핵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짐으로써 만에 하나 우리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네번째,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력있는 사람, 법과 원칙을 지키는 성실한 시민이 대우받는 사회여야 하지만 반면 불우한 환경에 처해 소외된 이웃과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보장의 형태로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오고 있는데 현재 우리가 열심히 내는 국민연금으로 과연 노후가 보장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진정한 사회안정은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믿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것이다. 주택과 토지를 투기수단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고, 모든 사람이 주택을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20년 이상의 장기주택금융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큰 방향에는 부합하나 경제가 침체되고 국제정세가 어지러운 현상황에서 급한 사업은 아니라 본다. 노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충분히 논의를 하고 계획만 세우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