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khlyang@kribb.re.kr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다.
불과 30여년 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태동한 생명공학기술은 정보통신을 능가할 새로운 국부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서도 생명공학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21세기 바이오 헤게모니’ 장악에 나섰다.
그동안 축적된 연구개발기반을 바탕으로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려는 기술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에게 새 정부의 5년이라는 기간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가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철학으로 생각된다.
생명공학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우리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의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따라잡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당선자가 공약한대로 과학기술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현재의 생명공학 분야 정부투자규모는 약 3.8억달러로, 선진국 1개 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더라도 선진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외 기술수준, 시장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1조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여건을 조성하고, IT·NT 등 타 기술분야와의 융합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범정부 차원의 공공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기술개발을 위한 대형 핵심인프라가 필요한 생명공학의 특성상 막대한 시설투자비가 요구된다. 개별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국립게놈연구소(가칭), cGMP, 바이오플랜트(Bio-Plant), 독성약리연구센터, LMOs 안전성 평가 인증시설, 국제수준의 전임상 임상연구센터 등 정부주도의 핵심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또 정부 부처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범정부 차원의 조정기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바이오 집적지를 조성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생물산업은 집적지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집적지는 공단과 같이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없다. 바이오 지식기반이 갖춰진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전국을 바이오 집적지화해 막대한 투자비를 분담하고 개발기간을 단축하여 성공확률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전략분야의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양성에도 집중해야 한다. 첨단분야에서 전문성, 현장성, 응용력을 겸비한 양질의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인간 게놈 해독으로 주목받는 인간 유전체 분야의 경우 130여명(미국의 5%, 일본의 10% 수준)이며, 생물정보학 분야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넷째, 생명공학은 사회적, 윤리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육성발전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기반 정비가 필수적이다. 특히, 생명공학 윤리 및 안전, 지적재산권 보호,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호활용 등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국제 산·학·연 협력 활성화 또한 도모해야 한다. 미국의 NIH와 같은 생명공학 전문 연구기관을 거점으로 선정하여 국내 산·학·연간 연구협력을 촉진하고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침팬지게놈연구 국제컨소시엄 등 다국적 대형 국제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우리나라 주도의 대형 국제협력을 발굴, 추진하여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는 전략이 요구된다.
끝으로,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생명공학기술 개발을 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생명공학산업화촉진위원회(가칭)’의 설치를 건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