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반도체장비업체간 통합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반도체 불황이 장비업계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기술 및 제품 개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업체간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업체간 M&A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데다 올해 장비수주 전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차세대 장비개발환경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00㎜ 반도체장비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장비업체들이 안정성 미검증 문제와 외산장비 대비 가격경쟁력 저하 등으로 국내 유일의 300㎜ 투자처인 삼성전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지 못한 것도 M&A를 고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출실적 결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올들어서도 1분기 수주상황이 크게 악화되자 위기의식을 감지한 일부 반도체장비업체의 경영자 사이에서는 M&A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매출이 전년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거나 소폭 신장해 유동성 위기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2∼3년 후를 내다본 신장비 개발작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저하돼 사업을 영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M&A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한 장비업체의 사장은 “표면상으로 올해의 전체 상황이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올 상반기는 최근 수년 동안 지속돼온 반도체 불경기 상황과 비교해볼 때 형편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미 일부 장비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억원이 소요되는 신장비 개발 부담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도 M&A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00개가 넘는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이 내수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중복투자 방지, 인력운용의 효율 제고, 제살깎기식 가격경쟁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종업체들의 M&A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 동안 반도체 불황을 겪으며 장비업체들은 감원이나 관리비용 절감과 같은 자구노력을 전개해왔지만 반도체 불황이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고 해외 유수의 장비업체들까지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업체간 M&A를 통한 생존 및 기술경쟁력 강화방법 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