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선보인 지도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MP3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선보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신기한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MP3플레이어 시장은 어느덧 올해 세계적으로 1300만대 이상의 판매를 전망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비교적 침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약 60만대가 팔렸고 올해도 100만대가 공급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는 MP3파일을 담는 그릇이 무엇인지에 따라 메모리형과 CDP형으로 나뉜다. 메모리형은 흔히 볼 수 있는 MP3 형태로 내장메모리에 MP3파일을 담는 것이다. 처음 선보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주로 SMC 같은 외부 메모리를 따로 꽂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선보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적어도 128MB 심지어는 512MB의 기본 메모리를 갖춘 제품도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CD 한 장의 용량이 650∼700MB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것은 메모리 값이 내린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SoC라는 신형 칩의 등장에 힘입은 바 크다. 하나의 칩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해내는 SoC(System on Chip)는 MP3플레이어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다.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우리나라이지만 실제 이런 SoC의 경우 초기에 MP3플레이어 관련 부품시장을 선점한 마이크로나스를 시작으로 2세대 제품으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시러스로직, 최근 많은 제조사에서 표준처럼 쓰고 있는 필립스, 시그마텔 등 외국계 기업이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MP3라는 이름처럼 MP3 자체는 분명 디지털 신호이지만 이를 처리해서 이어폰으로 울려 사람이 듣는 것은 아날로그 신호이다.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지만 이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기술에서는 많이 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CDP형은 처음의 투박한 모습을 벗어나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부가기능으로 크기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CD라는 원형매체를 쓰는 탓에 크기는 어느 정도 약점이 있지만 두께를 15∼20㎜ 수준으로 크게 줄인, 이른바 슬림타입이 선보이면서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즈음의 추세는 작고 가벼운 미니모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선보였던 메모리 추가형보다는 처음부터 넉넉한 메모리에 음성녹음, FM라디오 등을 필수 부가기능으로 갖추는 추세다.
이번 벤치마크에서는 이런 미니타입 MP3플레이어를 테스트해봤다.
이런저런 면을 종합해서 가장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제품은 바로 거원시스템 CW300을 꼽을 수 있다. 거원 아이오디오 CW300은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CW200의 후속모델이다. 요란하지 않은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디자인과 보이스 리코더에도 뒤지지 않은 음성 녹음기능, 편리한 디지털 라디오, 우수한 음질과 다양한 음장효과 등 음향기기가 갖춰야 할 모든 성능에서 충실하다. 쓰기 편한 소프트웨어와 조그레버 두 개로 거의 이 많은 기능을 처리하는 감각적이면서 쓰기 편한 디자인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디지털웨이의 엠피오 FL100 역시 좋은 MP3플레이어다. FM라디오 기능과 음성녹음, SD카드를 이용한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어 MP3플레이어의 기본에는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소프트웨어 역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다. MP3플레이어가 음악소스를 컴퓨터로부터 내려받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쓰기 편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제품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이어폰에 있다. 인체공학적인 면을 한껏 살린 디자인과 평균 이상의 음질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번들 이어폰 이상의 벽을 넘지는 못한다. 실제 이어폰을 바꿔 들어보면 확실히 좀 더 풍부한 음질을 들려준다.
아이리버에서 선보인 것은 아이리버 IFP시리즈다. 메모리 용량에 따라 128MB, 256MB, 심지어 512MB까지 다양하게 갖춘 점은 장점이다. MP3CDP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모든 기능은 메모리형으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번들 이어폰은 고급이고 음질은 평균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FM라디오는 물론 라디오 녹음기능과 음성 녹음기능 등 부가기능에서는 단연 발군이다. 오히려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처음 쓰는 이들은 어려울 수도 있을 정도다. 이 제품의 약점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PC와 연결해 MP3를 다운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없다. 예를 들어 폴더를 그대로 복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만 할 수 있는 점 등은 고쳐야 할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액정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원에서 야심적으로 선보인 TMate FM은 기존 TMate시리즈에서 부족한 단점이었던 FM을 보강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고급스럽고 작은 보디에 소형 MP3플레이어로는 보기 드물게 기본으로 리모컨까지 갖춰 쓰기에 무척 편한 것은 장점이다. 다만 번들로 들어있는 이어폰이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뒤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소형 음향기기에서 이어폰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좀 더 좋은 이어폰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적으로 액정이 어둡다든지, USB로 전송하는 속도가 느린 것도 고쳐져야 할 점이다.
분석:김영로/피시가이더 벤치마크팀장(tester@computer.co.kr)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