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샌제이 쿠마르 CA회장

 “전세계 IT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걸맞게 IT환경 또한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습니다. 기업환경이 안정적이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일본과 미비한 시스템 환경에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시장은 완충적인 역할을 하면서 시장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세계 굴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컴퓨터어소시에이츠(이하 CA)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샌제이 쿠마르 회장(41)이 회장 취임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구름에 가린(cloudy)’ 세계 기업경기 회복을 돕는 동반자로서 CA의 역할과 비전을 강조하고 “경기변화는 언제나 발생하는 것인 만큼 CA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맞고 있는 전세계 비즈니스 환경변화에도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창출 등 경기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CA의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 IT업계 유명인사인 찰스 왕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바톤을 넘겨 받은 쿠마르 회장은 이번 이틀간의 방한일정을 통해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을 비롯해 국내 대형 고객 및 협력사 대표 등을 만나 전세계 기업동향 및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번 방문이 아시아 지역의 휴먼 네트워크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CA의 지난 회계연도 실적은.

 ▲지난 회계년도에 CA는 대략 전년대비 10% 정도의 매출, 15% 정도의 수주계약 증가세를 보이면서 순이익도 약 1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2년 전 CA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인 ‘유연한 선택(flex select)’을 통한 시장확대 전략이 주효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기업들이 보다 유연하게 IT투자에 나서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이 모델은 최소 한달 단위의 라이선스 계약까지 가능하도록 해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한 것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컴퓨팅에 대한 CA의 전략은.

 ▲IBM·H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많은 IT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기술과 전략을 발표하고 있지만 결국 고객의 컴퓨팅 환경은 이들의 전략이 혼재되면서 ‘블록을 쌓는(building blocks)’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CA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이기종(heterogenous) 컴퓨팅 환경을 연계(link)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CA는 별도의 전략적인 개념을 내놓지는 않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기종 유틸리티 컴퓨팅’이 CA의 차세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전략이 반영된 제품은 오는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A월드에서 리눅스, 웹서비스 관련 솔루션을 중심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CA의 주력분야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눅스와 웹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제품을 통해 고객이 IT투자의 가능성과 투자대비효과(ROI)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주력해왔던 엔터프라이즈급 시장에 대한 영업을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현재 상황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에 대주주인 샘 와일리와 이 문제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본다. CA는 이미 이사회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투명한 경영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찰스 왕 전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견이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찰스 왕 전 회장이 아시아 비즈니스를 전담하는 대신 미국·유럽 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해 왔다. 왕 전 회장과는 여전히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이제 미국과 유럽시장이 어느 정도 체계를 잡고 성숙해진 만큼 아시아 지역에서의 비즈니스에 무게중심을 두고 CA가 아시아의 비즈니스를 전세계로 잇는 가교가 되도록 할 것이다.

 ―이웅렬 회장과의 만남은.

 ▲코오롱그룹과의 합작사인 라이거시스템즈와 코오롱정보통신, 그리고 CA와의 협력관계를 한층 심화해(deeper alliance) 코오롱그룹과 CA간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자리가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라이거와 코오롱정보통신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미니박스>그는 누구인가

 샌제이 쿠마르 C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7년 미국 텍사스의 작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UCCEL 재직중 이 회사가 CA에 인수되면서 CA에 합류했다. 이후 CA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찰스 왕 명예회장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그는 개발, 전략기획 및 운영 등 핵심 요직을 거쳐 94년 CA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이어 2000년 8월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 입사 15년 만에 40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 굴지의 소프트웨어 기업 수장이 됐다.

 62년 스리랑카의 소수 민족인 타밀족 출신으로 태어난 그는 76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로 이주했으며 SW업계에 뛰어들기 전에는 의과대학에 재학하기도 했다.

 샌제이 쿠마르 회장은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비즈니스 추진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월가로부터도 그동안 발생했던 경영권분쟁, 분식회계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CA의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