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은 끝났다!’
미국과 유럽의 유력 정보기술(IT) 관련 시장조사기관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IT업계 ‘최악의 불황’은 끝났다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IDC와 유럽내 주요 IT기업으로 구성된 유럽정보기술관측소(EITO)는 올해부터 세계 IT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가 최근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 1000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대상으로 한 ‘CEO들의 전망:2003년 세계 IT투자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IT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2년간 기업들의 ‘투자 줄이기’는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억압됐던’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제품가격 인하로 인한 벤더들의 이익이 증가하지는 않더라도 스토리지 하드웨어나 PC, 네트워크 장비 등 일반 인프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IT제품의 판매는 늘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치텔레콤과 텔레콤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EITO도 올해 세계 IT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1990년대 후반과 같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ITO는 세계 IT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1530억유로에서 올해 2조2500억유로 규모로 4.5%, 내년에는 2조3780억유로로 5.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성장전망은 대체로 중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부유럽, 중남미 등의 소비증가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가세는 미미하지만 닷컴열풍과 밀레니엄버그 대비책에 힘입어 지난 2000년 13%의 성장을 기록한 이후 부진에 빠졌던 IT시장이 다시 살아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EITO는 분석했다.
EITO의 베른하르트 로레더 관리국장은 그동안 세계 IT시장이 2개의 독특한 성장 사이클의 과도기에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첫번째 사이클이 강력한 시장개방 정책과 휴대폰의 확산, Y2K 문제 등에서 비롯됐다면 향후 두번째 사이클은 광대역 서비스와 공간을 뛰어넘는 컴퓨팅 기술, 차세대 음성 인터넷 휴대폰 서비스 등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