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내각> 뒷 얘기

 참여정부의 첫 조각은 엎치락 뒤치락하는 숨가쁜 과정의 연속이었다. 예상밖의 인물이 발탁되고 기대됐던 인물은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특히 아무개 인사는 막판에 낙점을 받지 못한 채 분루를 삼켜 주위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과기부 장관 인사의 경우 당초 예상과 약간 빗나간 경우로 해석되고 있다.

 박 신임 장관은 인선 초반 물망에 올랐으나 홍창선 KAIST 원장과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강력한 후보로 압축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했다. 임명 하루 전까지도 홍 원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으나 결국 막판에 박 원장으로 낙점됐다.

 박 원장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떨어져 있는 인물로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지명도 측면에서 발탁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KIST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종합연구기관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동안 KIST 원장 출신 장관이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박 원장을 신임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결국 박 원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매번 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낙마를 거듭한 끝에 참여정부의 첫 과기장관이라는 영예를 안게 돼 칠전팔기의 꿈을 이뤘다.

 ○…새 정부의 조각 결과 발표가 예고된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산자부 장관으로 오영교 KOTRA 사장과 최홍건 산업기술대 총장이 막판 경합을 벌이는 듯했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윤진식 현 재경부 차관이 발탁되자 산자부 관계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산자부 장관 후보로는 오 사장과 최 총장을 비롯해 이희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임내규 현 산자부 차관 등 산자부 차관 출신을 중심으로 10여명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릴 만큼 치열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언론에 그동안 단 한줄의 하마평도 나지 않았던 윤 차관이 발탁돼 어느 부처보다 극적인 반전으로 끝났다.

 ○…이번 조각에서 가장 파격적인 발탁인사로 평가되고 있는 이창동 문화부 장관 임명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한 노사모의 영향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초 문화부 장관에는 노사모를 이끈 문성근씨와 명계남씨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들이 고사하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이 언론에 실리다가 이창동 감독과 이철 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이 감독도 본인이 고사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과 통추협에서 같이 활동한데다 정몽준 의원과의 통합과정에서 큰 힘이 됐던 이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더구나 민예총에서도 이 전 의원을 적극적으로 민데다 심지어 문화부 내부 및 주변에서도 이 전 의원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임명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노사모측에서 일찍부터 장관직에 대한 미련을 버린 대신 문성근씨와 명계남씨가 이 신임 장관을 적극 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적재적소 배치 원칙에 의해 발탁된 케이스라는 게 중론이다. 진 장관은 10배수 추천시 추천위원으로 참여해 10배수 후보에도 오르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장관 후보로 지목돼 온 안문석 교수와 김동선 전 차관, 허운나 의원은 3배수 압축에서 모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측근은 “조금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추천팀을 통해 후보를 재선정하게 됐다”며 “적재적소 원칙과 개혁성 그리고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인사”라고 밝히기도.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