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지털 컨버전스호 어디로 가나.
최근 디지털솔루션센터(DSC)를 설립해 팀장을 부사장급으로 격상하고 핵심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등 컨버전스 사업강화 의지를 보인 삼성전자가 방향을 못잡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 2월초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출신의 전명표 부사장을 DSC센터장으로서 포진시키고 기획팀 김영수 상무, 해외브랜드마케팅 박성수 상무, 루슨트 출신인 이현정 전문위원 등을 포진시키며 업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DSC 조직은 그동안 삼성전자 내에서만도 약 10개에 달하는 사업부 조직에 의해 제각각 운영되던 조직을 통합관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급속히 홈네트워킹이나 디지털컨버전스가 부상하는 추세 속에서 삼성의 새로운 대규모 컨버전스 조직은 더욱 업계의 주목을 모았다.
조직 개편 이전까지 디지털컨버전스 총책임을 맡았던 루슨트 출신의 권희민 전무가 전명표 센터장 산하 3개팀(기획팀·마케팅팀·솔루션개발팀)가운데 1개 팀장으로 발령받은 데서도 위상강화 포석은 뚜렷이 읽힌다. 그럼에도 호화진용으로 조직 보강 움직임을 보인 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뚜렷한 방향을 확정짓지 못해 방향 설정을 위한 기획중”이라는 공식적 입장밖에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사장으로서 재직시 직접 관할하던 컨버전스 조직의 향배도 확실하게 방향잡혀야 하는 부분이다.
진 장관은 ‘미스터디지털’이란 별명을 가진 CEO답게 디지털컨버전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오면서 DSC 조직과 쌍벽을 이루는 20명의 전문인력을 직접 관할해 왔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어떤 CEO를 디지털미디어총괄 책임자로 내세울지는 모르지만 전임 진대제 사장처럼 디지털컨버전스를 잘 이해하면서 적극적으로 챙기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2월이전까지 간접적으로나마 삼성전자의 디지털컨버전스팀을 챙기던 이기원 부사장이 엄호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디지털컨버전스호는 이처럼 양대 컨버전스 사업축이 미처 방향을 설정하기도 전에 새로운 환경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면서 정연한 행보를 보이는 LG전자호와 대비된다. 지난해 초 출범한 LG의 네트워크시스템즈앤솔루션(NSS)팀은 CTO인 백우현 사장 직할로서 컨버전스 사업을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NSS팀장인 박현 상무는 전국 각 사업장의 연구조직 장을 언제든지 불러 LG전자의 디지털컨버전스 모임을 주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NSS팀은 구미·창원·구로·안양 연구소 연구책임자들과 언제든지 모임을 갖는 등 일사불란하게 업무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년새 900만원하던 인터넷냉장고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격을 490만원으로 내린 것은 이 모임에서 일궈낸 대표적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조직 구성 한달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삼성의 디지털컨버전스호의 향배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