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 침체로 단말기 재고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관련업계가 해법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은 지난해말부터 경기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2월말 현재 200만대 이상의 재고물량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휴대폰 재고물량은 월평균 100만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들어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은 올 1분기를 3세대 서비스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영업정지 기간에도 휴대폰을 대거 확보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휘말리면서 재고 물량만을 쌓는 결과를 낳았다.
선두업체인 SK텔레콤이 그룹 내부적인 문제로 마케팅 활동을 크게 줄이면서 휴대폰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모 이동전화서비스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소극적으로 시장에 임하면서 후발업체들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의 예외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게 보조금 부활로 오인된 것도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100만대에 불과한데 재고 물량만 200만대를 넘어섬에 따라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은 지난달부터 휴대폰 가격을 조정하고 수요진작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가격조정에도 불구하고 재고물량이 더욱 쌓여만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특히 ‘재고를 처리해 달라’는 서비스업체들의 요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비스업체들은 “보조금 금지로 꽁꽁 묶여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앞장서 재고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제조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최근 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잇따라 가격을 인하한 상태에서 재고물량까지 떠앉게 될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수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모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서비스업체에 공급한 물량을 되사서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제조업체들의 수익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