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을 위해선 무조건 1원을 써내라.’
최근 주요 IC카드 관련 프로젝트에서 최저가 입찰제의 폐해인 1원 낙찰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진행중인 한국도로공사의 전자카드 발주에서도 1원 낙찰이 예상돼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에 IC카드형 전자화폐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달 말 입찰가 1원에 시범사업 시스템 구축사업자로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금융결제원이 전자화폐 ‘K캐시’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자 입찰에서도 에스원을 1원에 선정,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시범사업 시스템 구축과 마찬가지로 이번 카드 발주에서도 1단계 제안서 심사와 2단계 최저가 가격입찰 방식을 채택했다. 시범사업을 위해 발주한 카드물량은 총 5만장. 장당 평균 8000원을 셈하면 4억원이다. 여기다 이번 카드 입찰에는 차로제어기·정산단말기·충전기 등의 접속모듈(SAM)도 포함돼 총 5억원은 돼야 최소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그러나 오는 12일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사업참여를 타진중인 업체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1원 입찰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심지어 이번 입찰에 참여할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1원 입찰에 따른 각자의 비용분담액을 저울질하고 있을 정도라는 게 공공연한 소문이다. 1원 낙찰자 전력이 있는 씨엔씨엔터프라이즈와 에스원을 비롯, 삼성SDS·하이스마텍·케이비테크놀러지 등 IC카드 SI 사업자들과 카드 납품업체들이 물밑에서 이합집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에 따라 IC카드 업계가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최저가입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과 함께 당장 주사업자 자격을 갖춘 SI업체들이 최소한의 시장룰을 만드는데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전자지불포럼 조영휴 사무국장은 “IC카드 시장이 아직은 장밋빛 환상속에 외형만 잔뜩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면서 “현재 업계의 프로젝트 수주관행을 보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