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서유럽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동북아지역 패권경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 수년간 중국·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이 항만과 공항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등 동북아 물동량 선점과 비즈니스 거점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온 가운데 새 정부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국가적 핵심 전략으로 제시함에 따라 이 지역 경제 네트워크 허브를 차지하려는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실제로 인천·부산·광양을 물류 및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네트워크(20Mbps) 허브를 구축, IT·물류·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종합적인 발전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관·학 공동으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IT허브국가추진위원회’ 등 자문기구를 구성하고 △인천공항 2단계 사업(2008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2004년) △종합물류정보망 구축(2015년) 등을 조기 추진하며 경제자유구역내 경영 및 생활 환경개선에 필요한 법령 제·개정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보다 한발 앞서 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러시아 등이 이미 동북아 허브 자리를 두고 치열한 불꽃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이미 단순히 외국자본 유치 수준을 넘어 ‘외국투자촉진중심’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기존의 홍콩과 함께 상하이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중이다. 홍콩도 97년부터 ‘비즈니스 중심지화 전략’을 추진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싱가포르로 달려가는 다국적기업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또한 지식기반산업 중심지화 계획인 ‘인더스트리(산업)21’을 내놓았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96년부터 국가정보화와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한 ‘MSC(Multimedia Super Corridor)’계획을 추진해 이미 오라클·노키아·에릭슨 등 200여개 글로벌기업을 유치했다.
대만은 ‘아태지역 비즈니스 중심지’와 ‘세계 물류 중심지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물류·통신·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금융분야 동북아 중심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도 국가가 물류기반시설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기술혁신클러스터를 추진하는 등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떠오르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20세기 경제대국 일본과 21세기 신흥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은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의 이면에는 아시아지역 번영을 위한 지역통합과 지역공존이라는 동북아시대 비전과 함께 5∼10년내에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발전의 성장동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동북아 중심국가 보고서의 최종 결론도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화를 위한 주변국간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동북아의 경제 중심국가로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