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서 단시글먼 주지사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오는 2005년까지 6000개의 일자리와 2억8000만달러의 수입 등 한국의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며 앨라배마주가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켄터키와 테네시 등 6, 7개 주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앨라배마주는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공장건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만도 부지매입 등 초기공장 건립비용 1억2800만달러와 향후 20년간 세금감면 등을 포함, 총 2억528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원보다 현대자동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친기업적 환경이다. 앨라배마주는 “노조 없는 공장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과 “근로자 직업교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지역경제블록화(FTA)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동북아지역 국가들도 저마다 외국기업 유치 등을 통해 지역허브가 되겠다고 혈안이다. 국가들마다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과 생활환경을 조성해 IT·BT 등 지식기반 첨단산업이나 물류·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원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들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물류기반시설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으며 후쿠오카시의 ‘아일랜드 시티’ 건설을 통해 ‘아시아 R&D 및 비즈니스 허브화’를 모색중이다. 미국도 기술혁신 클러스터 구성을 지원하기 위해 진입도로·교차로 등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해 지원한다. 유럽 역시 EU차원의 철도망 통합과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 철도의 물류기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부상한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은 지역 허브를 노리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중국은 이미 외자유치를 위해 경제특구 또는 이에 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의 홍콩 외에도 상하이를 국제 중심지로 육성중이다.
특히 상하이는 지난 90년부터 공항 및 항만부근 300만평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운영, 이미 5200여개사가 입주했으며 오는 2005년까지 100만평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또 2010년 상하이박람회 유치를 계기로 활주로나 여객터미널 등 공항시설도 당초보다 3년 앞당겨 오는 2007년까지 완공키로 했다. 또 싱가포르(Industry 21), 홍콩(비즈니스 중심지화 전략), 대만(아태지역 운영센터화) 등도 자유무역지역이나 관세자유지역, 경제특구 등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화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경영이나 생활인프라 면에서 중국·홍콩 등 다른 경쟁국가들에 비해 뒤져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종합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서울은 5개 도시(홍콩·싱가포르·상하이·도쿄 포함)중 꼴찌였다. 더욱이 국가이미지, 노동의 유연성, 영어구사, 외국인사업환경, 취업, 생활여건 등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동북아 주변국가들의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5∼10년내에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여건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생존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반도체·통신·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현재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의 수혈도 절실하다.
결국 동북아 국가들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국제 분업구조를 형성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기존 제조업을 지식기반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한국 경제의 생존전략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박스1>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동북아 시대의 의미는 세계 경제중심지로 동북아 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무현 참여정부는 이 시대를 준비하는 아젠다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선정, 향후 5년간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먼저 경제적 대응으로 물류·비즈니스 중심지화 추진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적 측면을 초월, 변방의 역사를 극복하고 자주적 역사를 창출하는 민족적 과제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공영의 번영과 통합질서 구축에 한국이 중심에 선다는 큰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는 확고한 경제중심 역할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이 선결과제이며 외국자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인식변화라고 규정한다.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행정을 ‘규제’에서 ‘계획관리’로 전환하고 지방문제 해결과 동시에 수도권 개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의 추진방향은 크게 6가지다. △경쟁과 협조 △혁신주도형 산업의 기반조성 △지역과 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국토균형발전과 활력도모 △적절한 환경관리로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창출 △외국인 투자유치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신 성장동력의 창출’과 ‘국토 균형발전’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지역적으로 인천·부산·광양을 선정, 여기에 물류·첨단산업·금융의 복합발전을 추구한다. 더불어 각 지역의 기존 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과 산업전략을 병행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인천지역은 물류와 IT 등 첨단 연구개발 집적지, 관광단지로 조성하고 이를 기흥·남양만, 개성공단 등과 연결해 수도권 비즈니스 집적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부산지역은 물류와 부품소재 집적지로 조성해 북쪽으로는 울산, 서쪽으로는 사천과 연결해 동남권 비즈니스 집적지로 개발한다. 광양지역은 물류와 신소재 집적지로 조성된다. 동쪽으로 사천, 북서쪽으로 광주와 연결돼 서남권 비즈니스 집적지로 발전시킨다.
정부는 또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중앙부처와 관련 연구소 및 산업을 중부권으로 이전함으로서 대덕권 광역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대덕권 클러스터는 여타지역의 광역 클러스터 설계의 모델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추진과제로는 △경제자유구역의 조성 및 금융 국제화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 구축 △IT 등 첨단산업·비즈니스 허브화 △남북 경제교류협력 촉진 △대외환경 조성 등 총 5가지가 제시된 상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박스2>동북아허브구축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동북아 경제 허브로의 도약’이란 구호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동북아 허브국가 건설이라는 명목으로 금융·물류·IT산업 육성 등이 거론됐지만 뚜렷한 방향 없이 원론적 접근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90년대 이후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북아 경제권이 형성된 이후 각국의 움직임이 숨가빠진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책도 미비했다.
더욱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 노력 없이 각 지방자치단체에게 허가신청권을 부여해 이제는 경제특구 남발마저 우려되고 있다. 중장기적 전략이 미비한 채 중앙부처 및 여러 시도가 제각각 추진해온 탓에 중복 및 효율성 저하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조세위주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이 그 대표적인 예. 세제혜택이라는 당근에만 연연해 국내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사업기회 제공,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경영 및 생활환경 개선 노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개선될 사항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에게만 인센티브를 줄 경우 국내기업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외 기업간 네트워킹이 안될 경우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 제고가 어렵고 외국기업들이 철수할 경우에는 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직접요인으로 시급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효율적인 추진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향후 20∼30년 정도의 장기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에는 재경부 등 중앙부처 및 여러 시·도가 관여돼 있다. 강력한 추진체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에 전담팀(TF)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각 부처 및 외부전문가로 팀을 구성하고 총괄조정기능을 담당케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업계·학계·외국인 등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위해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분야별 소위원회’ ‘자문단’ 등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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