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대표 우의제)가 마지막 시험무대에 섰다. 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과도한 부채·IT산업 경기침체 등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대던 하이닉스는 지난 3일 우의제 사장의 단일지휘체제로 새출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일주일 사이 재도약을 위한 선행작업으로 간주되는 주주총회, 균등감자, 박상호 사장 퇴진, 임원 구조조정 등의 초대형 행사들을 치러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일긴 했지만 하이닉스는 새출발에 필요한 선행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한 셈이다.
◇시험무대에 선 우의제 사장=생산 및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박 전 사장에 이어 지난해 7월 공동대표로 임명된 우 사장은 회사의 재무와 관리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동안은 박 전 사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이 퇴진한 후 우 사장은 이제부터 전개되는 모든 경영상의 책임은 단독으로 져야 한다. 박 전 사장의 퇴진 이유는 위기극복 실패에 따른 문책성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채권단의 추천으로 사장이 됐고 또 채권단의 결정으로 파격적인 채무재조정의 기회를 맞은 우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오퍼레이션 사장 충원하나=오퍼레이션을 총괄하던 박 전 사장의 퇴진으로 누수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하이닉스의 입장은 단호하다. 반도체 회사의 경영을 반드시 반도체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연구소장이었던 오춘식 전무가 그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전문가 영입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추후 우 시장 집중화 체제로 회사를 운영한 후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전문가를 영입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다.
◇사업구조조정은 어떤 방식으로=하이닉스는 연내 비업무용 자산이나 타사 보유지분 매각 등과 동시에 비메모리부문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회사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메모리부문 정리다. 이 순간에도 비메모리부문 매각작업은 추진되고 있지만 자산실사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나 돼야 매각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작업만 마무리되면 하이닉스는 최소한 1년을 버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회사 정상화 이후에는 다시 비메모리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분의 일부는 남겨두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감산할까=하이닉스의 256Mb SD램 순수 생산단가는 3달러대지만 관리·마케팅·운송에 관련된 제비용이 포함되면 6달러 수준으로 높아진다. 반면 256Mb SD램의 판매가격은 현물과 고정거래시장에서 3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많이 팔수록 손실규모가 커지는 현재의 구조라면 종국에는 감산을 통해 손실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상위권 업체들이 증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산에 나설 경우 시장경쟁력 저하가 우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one year survival’이 시급한 하이닉스 입장에선 불황기 감산으로 손실을 최소화한 후 상황이 나아졌을 때 증산해 이익창출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