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한국정부 주도 표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한국정부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스페셜(Special) 301조’상의 지적재산권 ‘우선 감시 대상국(Priority Watch List)’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위피’는 퀄컴 등이 제기한 불공정 무역 논란에 이어 지적재산권 문제로 번져 한·미 정부간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본지 2월 14일 1·6면 참조
6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지난 2월 14일 ‘위피’의 지재권 침해와 관련해 USTR가 한국정부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문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는 지난달 13일 정보통신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USTR를 방문, 협상을 벌인 그 다음날 제출된 것이다.
선은 한국정부가 ‘위피’를 개발하면서 선의 저작권(copyrights)을 적극적으로 침해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위피’를 이동전화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에 강제할 경우 선의 지적재산권을 침해 및 오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위피’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선측은 미국정부가 ‘위피’의 실행을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만일 한국정부가 실행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발간할 ‘2002 스페셜 301조’ 보고서의 ‘감시대상국(Watch List)’인 한국의 지재권 보호 지위를 ‘우선 감시 대상국’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선 감시 대상국’이 되면 우리나라는 지재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정통부 관계자들은 선과 USTR의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현재로선 말하기 곤란하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등은 선측과 막후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은 지난달 28일 선측과 만나 라이선스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 표준화포럼 관계자는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모바일 자바를 통해 ‘위피’를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해 협상이 급진전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통상법 스페셜 301조는 외국 교역국이 미국업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을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조항으로 협상대상국 지정 및 제재권을 발동할 수 있다. 스페셜 301조에 의해 불공정 국가로 지정되면 레귤러 301조에 의한 보복절차에 따라 보복조치가 취해진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