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가속기는 일단 만들어지면 적어도 40∼50년은 사용해야 하는 초대형 기기라서 자연히 부지 선정이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인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최병호 박사(52).
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양성자 가속기 시설 후보지역에 대한 유치공모를 마감하고 한국물리학회장과 고등기술원장 등 각계의 저명한 인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로 양성자 가속기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현재 전남 영광군, 강원도 춘천시와 철원군, 경북대학교, 전북 익산시 등 5개 기관이 응모했습니다. 오는 15일까지 서류검토를 거쳐 현장조사 및 종합평가 등 1, 2, 3차의 평가를 거쳐 4월 말까지 예비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최 단장은 무엇보다 객관적인 기준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선정기준과 규정·절차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과열경쟁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에 5개 지자체 및 대학이 응모하는 등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양성자 가속기의 투입예산과 사업규모도 초대형이지만 이에 따른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양성자 가속기는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원자핵 등과 충돌시켜 이를 깨뜨리는 대형 핵물리 연구장치로 원자 단위의 미세한 연구가 필요한 생명과학·전력반도체·나노과학에 필수적이다.
특히 이온빔 가공장치나 이온주입기·나노가공·전력반도체·대전방지용 고분자·양성자 암치료·우주부품 특성실험·원자력 재료·단백질 구조분석 등 대부분의 첨단기술이 개발되기 때문에 이 기술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의 관심이 클 것은 자명하다.
이번에 구축되는 양성자 가속기 시설은 100MeV, 20㎃급 대형시설로 가속기 시설만 10만평, 배후단지 20만평 등 총 30만평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연구시설로 2012년까지 총 1286억원(정부 1157억원, 민간 129억원)과 연인원 860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된다.
사업단은 이를 위해 우선 산·학·연이 연계된 협동체제를 구축하고 가속장치와 빔이용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전략 분야의 신기술 및 원천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실용화 센터를 설치, 개발기술의 조기실용화 및 관련 기업 창출의 기반부터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경우 2006년까지 중성자 빔을 이용하는 1000MeV 규모의 가속기를 13억달러를 들여 건립 중이고, 일본도 1300억엔 규모의 중성자 가속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으려는 시설의 1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최 단장은 그러나 미국·일본의 경우 파쇄중성자에 집중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양성자를 통한 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 단장은 우리나라도 경제규모가 커지고 예산이 넉넉해진다면 중성자 가속기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사업단은 프런티어사업이 마무리되는 2010년 이후에는 가속기 장치분야에서 연간 5200만달러의 수입대체 및 1000만달러 수출, 가속기 빔 분야에서는 연간 6억1000만달러의 수입대체 및 2억5000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약력>
△74년 서울대 공대 졸업 △80년 원자력연구소 입소 △86년 서울대 대학원 핵공학(가속기공학) 박사학위 △95∼96년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초빙연구원 △현 한국가속기 및 플라즈마 연구협회 이사, 한국물리학회 플라즈마물리학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