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행정수도 이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회장 김동진)가 발행하는 ‘자동차회보’에 실린 ‘행정수도 이전과 자동차산업’을 소개한다.
지금 서울의 현주소를 한번 짚어보자. 한마디로 포화상태다. 인구 약 1000만명, 자동차 270만대, 차량 평균속도 시속 30㎞ 이내로 거북이 운행이 다반사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총교통혼잡비용의 55%인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정말 무슨 대책이라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가 추진할 10대 국정의제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로 이에는 행정수도 이전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가히 획기적인 조치로 행정효율화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쾌적한 환경 마련,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는 범국가적 대사라 할 수 있겠다. 사실 과거 박정희 정부시절에도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검토한 적이 있었으나 구체화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세계 경제의 메카로 자리잡은 뉴욕과 행정중심지인 워싱턴의 경우처럼 수도의 비대화와 과밀을 억제하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행정을 전담하는 도시를 분리운영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 도쿄의 경우도 수도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과 자동차산업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현재 서울에는 매일 300대씩 신규등록 차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동차 평균주행속도가 해마다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제 서울의 자동차 대수도 포화상태라는 뜻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바로 서울의 포화된 자동차 대수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수 확대의 기회도 될 수 있다.
국토 면적으로 볼 때 인구나 자동차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점이 문제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전국적으로 자동차가 많은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당 약 2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우리는 135대로 일본의 67% 수준밖에 안된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 내수시장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인구 1.2명당 자동차 1대고, 일본은 1.7명당 1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3.9명당 1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성장이 뒷받침되면 내수확대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 자동차산업 발전에 사활이 걸릴 만큼 중요한 수출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은 공급과잉시설을 안고 있는 데다 해외 현지생산시설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안전·친환경 차량, 모듈화,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자동차의 상용화가 기술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즉 점점 더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를 바로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 왜냐하면 자동차산업은 전후방산업과의 연관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내수 기반 없이는 수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은 자동차 내수시장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로 연간 50만대, 10년간 500만대 이상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내수시장의 확충으로 말미암아 국제경쟁력이 강화돼 향후 10년간 500만대 이상의 수출증대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자동차산업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선두권에 진입하려는 이때 새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이런 수도권 과밀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정체된 자동차 내수시장을 진작시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