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카트리지 `귀하신 몸`

 무관심 속에 버려지던 폐카트리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프린터용 소모품을 생산하고 있는 PC포인트 유회근 사장(40)은 “작년 상반기만 해도 개당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던 신도리코의 블랙풋 레이저 프린터용 폐카트리지가 최근에는 1만7000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며 “프린터 사용자들이 쉽게 버리는 쓰레기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사업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폐카트리지만을 전문적으로 수거해 이를 소모품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고 있는 한 수거업체 관계자도 “폐카트리지를 해외에서 수입한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프린터 사용자들이 소진하면 버리는 잉크 및 토너카트리지가 귀한 물건이 되고 있는 이유는 재활용 업체들은 물론 프린터 제조업체들이 각사의 수익보전을 위해 수거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모품 재활용 업체들은 폐카트리지가 없으면 상품을 만들어낼 수조차 없다. 프린터와 호환되도록 소모품을 만들기는 특허,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 폐카트리지 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프린터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도 폐카트리지가 소모품 재활용 업체 손에 넘어가는 것을 계속 방치했다가는 자사의 수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조업체들은 또한 폐카트리지 수거에 적극 나설 경우 환경오염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최근 업체들의 소모품 수거는 유상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프린터 제조업체, 폐카트리지 전문 수거업체, 소모품 재활용 수거업체 등 수거의 주체에 따라 보상가격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0∼1만원 사이가 대부분이며 특정 모델의 경우 몇 만원에 수거되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는 밝혔다. 폐카트리지 수거 전문업체인 리필프렌즈의 관계자는 “문구점, 컴퓨터 전문점 등을 통해 유상 수거를 하고 있으며 수거가격은 업체들의 영업상 비밀이라 잘 노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C포인트의 유회근 사장은 “프린터 사용자들은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폐카트리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