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자들은 빨리 러시아행 비행기를 잡아타야 한다.”
러시아가 정보기술(IT)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료·기업인들은 미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머테이오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정보통신기술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미·러 양국의 IT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하이테크 시장이 조만간 도약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도널드 에반스 미국 상무장관과 레오니드 라이만 러시아 정보통신부 장관은 회의에 참석한 수백명의 경제인들에게 러시아 IT시장의 막대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3년 연속 경제 성장, 소비자 지출 급증, 기술시장 연 20% 성장을 기록하는 등 IT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인텔과 IBM은 이 회의 이후 러시아 IT산업에 진출하기로 러시아 정부와 합의했다. IBM은 러시아에 소프트웨어개발센터를 세우고 인텔은 무선인터넷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 비행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러시아 업체는 미국 보잉사에 납품하기로 했다.
러시아 기술시장 전문가인 언스트앤드영의 마크 새너 이사는 “러시아는 확실한 성장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러시아 법률 체제에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성행과 서구식 경영 관행에 반하는 장애물이 아직 남아 있지만 러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잠재력을 지난 80∼90년대 초의 중국에 견줬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기업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있어 러시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정부 최고위 관리들이 기업 환경 개선에 몸소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만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러이사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IT경기가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러시아 IT시장은 17∼30% 성장했다”며 러시아가 2000년 이후 하이테크 성장률면에서 유럽보다 2배 정도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인터넷 보급, 전자정부 구축, 기업 규제 완화, 불법 복제 단속, 기술 훈련 확대, 인터넷 지방 보급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언스트앤드영에 따르면 러시아의 휴대폰 및 PDA 보유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2000여만명으로 이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휴대폰과 PDA를 구입했다. 러시아 PC 보유 인구는 전체 인구의 8% 정도인 1200여만명에 달한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은 수백여개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들은 저임금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활용을 위해 러시아에 진출했다며 러시아 프로그래머들은 선진국 인력보다 성실하다고 격찬했다.
라운드테이블 후원사 미란티스의 알렉스 프리드랜드는 이같은 현상은 구소련의 자급자족방식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프리드랜드는 “러시아는 장기간 자급자족해오다 이제 세계시장에 막 나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당면과제는 자급자족으로 개발해온 기술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기술 증명이라는 1단계를 통과했다며 이제 문제는 규모 확대라고 덧붙였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