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새 스포츠카를 사라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중년에 이른 회사가 기운을 북돋우려면 어떤 것을 사야 할까.
설립 28년째로 세계 최고의 시장가치를 지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실리콘밸리의 소규모 비상장 기업 2곳을 인수하면서 올해를 열었다.
MS는 헐값에 하이테크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400억달러의 보유현금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영역에 있는 기업을 대대적으로 사냥할 것으로 졈쳐진다.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본사를 둔 MS는 지난 몇 년간 핵심 사업인 윈도와 오피스 판매 둔화에 대응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 필요성을 인식해 왔으며 비디오게임기인 ‘X박스’ 같은 신사업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잠재력을 갖는 진정한 장기적인 수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에 있다. MS는 그동안 다양한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 소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에 힘을 쏟아왔다.
MS의 이 같은 노력은 2000년 미국내 중소기업들에 회계 및 자원 계획 툴을 공급해주는 그레이트플레인스소프트웨어를 11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첫 결실을 맺었다. MS는 지난해에는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유사 제품을 만드는 덴마크의 내비전이란 회사를 13억달러에 인수했다.
시장조사업체 서밋스트래티지스의 분석가 에이미 레비는 “그레이트플레인스 인수는 꽤나 극적인 움직임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회계와 금융 시스템이 새로운 분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써 MS가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확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인수된 두 회사는 MS의 b센트럴과 합병돼 새 사업부인 기업솔루션그룹에 편입됐다. 기업솔루션그룹은 회계에서 재고추적, 고객과의 의사소통 등 중소기업이 사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자 하는 야심찬 목표를 좇고 있다.
MS는 지난 1월에도 플레이스웨어를 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함으로써 수익성 높은 웹 영상회의 기술을 확보했다.
MS는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하나의 서버로 여러 다른 운용체계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보유한 커넥틱스의 자산 대부분도 사들였다. 샌머테이오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제품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다르지만 고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용 백엔드 소프트웨어 영역인 MS 서버사업의 잠재력을 높여줄 게 확실하다.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 팀 바자린 사장은 “이 계약들은 하이테크를 흡수함으로써 발전적인 방법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MS의 패턴과 잘 들어맞는다”면서 “새로 인수한 기업들은 MS를 새 분야로 이끄는 퍼즐의 조각과 같다”고 빗댔다.
분석가들은 MS가 소규모의 인수는 계속하겠지만 미국 및 유럽 감독당국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때문에 대기업 인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규모 인수라도 여전히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바자린 사장은 “MS의 위치가 워낙 견고해 사업의 흐름을 어느 방향으로든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증권의 분석가 브라이언 스키바는 사업관리 소프트웨어는 MS의 오피스 및 서버 제품의 자연스런 연장선이라고 꼽았다.
이에 따라 MS는 소니, AOL타임워너 같은 대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게임 및 인터넷 사업에서와는 달리 기존의 힘을 지렛대로 삼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MS의 새 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는 아웃룩이나 오피스의 캘린더 기능과 연결할 수 있다.
서밋스트태티지스의 레비는 “플레이스웨어의 웹 영상회의 기술도 또 다른 기능을 발휘해 판매원으로 하여금 클릭 하나로 사실상의 판매 관련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내외부적인 협력관계가 새로워질 것”이라고 점쳤다.
스키바는 “언젠가는 직원 1000명 미만의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윈도 및 오피스와 마찬가지로 MS의 ‘주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솔루션그룹이 MS의 다른 어느 부서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 올해 75%, 내년 50%, 그 뒤 4년간 매년 30% 이상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또 “기업들이 새 소프트웨어의 구매에 나서게 될 오는 2005년의 다음 업그레이드 주기를 MS가 잘 이용할 경우 기업솔루션그룹이 2010년에는 연간 매출 100억달러와 40∼50%의 영업이익률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면서 “기업솔루션그룹이 2006년에는 매출 30억달러에 10억달러의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주도적인 업체 없이 많은 틈새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MS의 진입은 인수되지 않은 업체들에는 커다란 위협이 된다. 작은 틈새 업체들이 규모가 비슷한 업체들과의 경쟁에만 익숙해 있는 반면 MS는 기존 소프트웨어에 새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해 다른 어떤 경쟁업체들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제품을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가 그레이트플레인스를 인수한 뒤 내비전의 미국 사장은 MS가 다른 쪽 시장을 개척할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6개월 뒤 MS는 내비전의 인수 계획마저 발표하고 말았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