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고정 무선광대역 서비스 틈새 시장으로 급부상

 ‘데이토나 500’ 자동차경주조직위 간부들은 기자석에 고속인터넷 접속포트를 제공하기 위해 흔히 이 지역 시내전화회사인 벨사우스에 서비스를 요청하곤 한다.

 벨사우스는 이럴 때면 자사에서 제공하는 값비싼 유선 접속장비를 가설하는 대신 패스트핏스탑(경주도로의 연료충전 및 정비구간)에 자동차 경주장용 무선모뎀을 제공한다. 이 무선모뎀은 이미 이 지역 내에서 시험을 마친 안테나들과 통신이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인 인스탯/MDR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800개 가량의 미국 인터넷 제공업체들이 이같은 ‘고정무선통신(fixed wireless)’ 기술을 사용해 가정과 기업체에 직접 광대역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이 기술은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서비스나 케이블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시골 지역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가입자 규모가 아직은 81만8000명에 불과한 고정무선통신서비스는 마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지배하고 있는 콜라 시장에서의 RC콜라와 같은 존재다. 케이블과 DSL의 광대역 서비스 전쟁 틈새에 등장한 제3의 세력인 셈이다.

 특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각 지역벨회사(시내전화사업자)가 보유한 회선을 빌려쓰는 신생 데이터 통신업체들이 서비스 요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도록 규제방식을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고정 무선통신서비스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대형 시내전화사업자들도 고정 무선통신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벨사우스가 플로리다에서 시험서비스에 사용하는 고정무선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네이비니네트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앨러스테어 웨스트가스는 “과점이나 독점인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유발하려면 제3의 공급자가 필요하다”며 “지난 2년간 이런 관점에서 제3의 경쟁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분석해 왔다”고 밝혔다.

 케이블, DSL, 광통신 등 각종 기술은 데이터를 직접 가정이나 기업으로 실어 나르지만 고정무선통신은 유선 통신회선을 이용하다 ‘마지막 1마일’ 구간에서는 언덕이나 탑 위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해 데이터를 쏘아준다. 대부분의 서비스 업체들은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 비용을 절감하면서 다른 사업자들과의 데이터 간섭현상도 피한다.

 이 기술은 특히 와이파이와는 달리 안테나 하나만 있으면 반경 수마일 내의 다수 가입자에게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금융업체인 WCM인베스트매니지먼트는 유선 서비스에 질린 나머지 넥스트웹이란 회사의 무선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로 전환했다. WCM의 사업본부장 톰 리제스키는 넥스트웹의 서비스에 대해 “전화모뎀 속도에 비해 거의 60배 빠른 3M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며 “다른 유선 광대역서비스보다 안정적이며 보안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고정 무선 광대역인터넷서비스가 그렇다고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안테나와 서비스 가입자 사이에 장애물이 없어야 하며 날씨가 나빠지거나 안개가 짙어지면 서비스가 차단되곤 한다. 텔리전트, 리코쳇, 윈스타 등 이 전에 이 기술을 운용했던 회사들이 잇따라 파산했던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통신산업의 설비과잉에 따라 유선 데이터 서비스 요금이 급락했다.

 그러나 무선 광대역 인터넷서비스는 정치권의 지원도 받고 있다. 바버라 박서(민주, 캘리포니아)와 조지 앨런(공화, 버지니아주) 두 상원의원은 무선인터넷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주파수 대역을 더 개방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모토로라도 일명 ‘캐노피’로 불리는 고정무선통신 장비패키지 사업을 계속 추진중이다. 네이비니나 어레이컴 등의 신생업체 역시 무선 광대역 서비스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혁신을 연일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혁신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케이블을 가설하던 전화사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DSL의 경우는 보통 전화국과 같은 전화망 허브에서 3마일 이내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벨사우스가 데이토나 경주장에서 시험 고정무선통신서비스를 하는 것도 한 사례에 불과하다.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도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에서 시험 고정무선통신서비스를 진행중이다. 버라이존의 홍보담당자 바비 헨슨은 조만간 제한된 지역 내에서 공식적인 고정무선통신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현재 관련 장비 공급업체를 물색중이라고 밝혔다.

 <김사헌기자 shkim@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