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광대역 격차를 해소하자

◆이용경 KT사장  ceo@kt.co.kr 

 인터넷 인프라의 광대역화 및 확산, 콘텐츠 디지털화는 국민의 정보에 대한 접근용이성과 정보의 유통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정보이용 편리성과 정보 소비량은 최근 수년 사이에 획기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21세기 정보산업사회’라는 세계적 패러다임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보화 수준은 높아졌으나 계층간의 편차, 즉 정보격차는 오히려 더욱 크게 벌어졌다.

 정보격차는 경제력·교육수준·거주지 등의 사회적 요인과 연령·성별·인종·장애여부 등의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적 격차에 의해 형성된 정보격차가 또 다시 사회적 격차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사회 초기에 경제력·교육수준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정보격차는 계층간 주요 정보의 질적·양적 수준과 문화적 차이를 유발해 결국 교육·직업 선택 및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킨다.

 다른 하나는 광대역 격차가 기존의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불과 4, 5년 사이에 일반적인 인터넷 접속속도는 100Kbps 안팎에서 수Mbps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설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쇼핑·관공서업무·의료 등의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가능한 광대역 인터넷 사용 여부에 따른 정보격차는 협대역 인터넷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와 같이 향후 국가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 접근성에 대한 격차, 특히 광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광대역 인터넷접속 서비스 제공은 수익성 우선의 경영을 하는 사업자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익성 보장에 대한 보완 장치가 없다면 수익성이 낮은 경우에는 사업자가 서비스를 기피할 것이다. 반면에 사업자에게 과도한 공익성의 의무가 부과된다면 사업자는 수익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이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해결 방향이다. 따라서 공익성과 수익성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향에서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이를 위해서 정부·사업자 더 나아가 국민 전체의 사안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고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와 사업자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정책 마련과 서비스 제공이 정부와 사업자로 이원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사업자에게 시설투자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광대역 격차를 해소하는 큰 방향에서 공익성과 수익성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농어촌, 산간벽지 등의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초과 비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사업자의 서비스 제공을 유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지역 및 경제격차에 의한 광대역 격차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광대역 격차에 의한 사회격차 재확대라는 악순환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참여정부가 새로이 출범했다. 평등과 효율의 조화라는 신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발생했던 그동안의 많은 사회적 병폐를 씻어 낼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광대역 격차 해소라는 사회적 이슈는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광대역 격차 해소는 사회적 불평등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시대의 필수적인 사항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효율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정부의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