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에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SI프로젝트에서 예정가격의 70%를 밑도는 저가 낙찰이 끊이지 않는 데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에서조차 ‘1원’ 낙찰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업부실화에 우려와 함께 최저가 낙찰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 7일 ‘통행료전자지불시스템’ 프로젝트를 1원에 낙찰시킨 한국도로공사에 정식공문을 보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본지 3월 8일자 3면 참조
◇최저가 낙찰제 실태=최저가 낙찰제는 경쟁입찰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회사가 무조건 낙찰받는 제도다. 정부는 각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공공사업 입찰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해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대부분의 SI프로젝트에서 기술평가를 통과한 업체 중 최저가를 제안한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제가 도입된 뒤 업체간 수주경쟁이 격화되면서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무조건 따놓고 보자’는 인식이 확산돼 사업부실과 SI업계 동반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공공·통신·금융·국방부문 SI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로 잇따라 발주돼 최종낙찰가가 예가의 70%를 밑돈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한마디로 정부와 공공기관이 1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공사를 70억원 이하에 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는 셈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예가의 70% 이하에 사업을 따면 덤핑 수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한 동안 뜸했던 ‘1원’ 수주 행태도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한국도로공사가 내놓은 13억원 규모의 ‘스마트카드 기반 통행료징수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에서는 단돈 1원을 써낸 회사가 낙찰됐다.
역시 지난달 금융결제원이 발주한 2억원 규모의 ‘개방형 K캐시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서도 1원을 써낸 에스원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해 KT의 스마트카드 발급시스템 구축사업에서는 10원을 써낸 업체가 떨어지고 1원에 입찰한 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가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다른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국방·금융 프로젝트 등이 최저가 낙찰제로 잇따라 발주돼 ‘관계 당국이 품질문제에는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개선의 목소리=문제는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공공 프로젝트의 발주에 있어 ‘품질보다는 비용’이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어 사업 부실화와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는게 SI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올해 공공프로젝트의 수주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가 낙찰제 도입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SI업체의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신임 회장에 선임된 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은 최저가 입찰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김 사장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시행되는 최저가 입찰제는 소프트웨어 업계가 부실화된 원인이라며 입찰가 하한제를 도입, 과당경쟁으로 인한 덤핑수주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관련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 제도도입을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인 삼성SDS사장은 “1원을 제안하는 회사를 어느 누가 당해 내겠느냐”며 “발주처에서 기술점수제 적용 등 입찰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덤핑경쟁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가 낙찰제의 개선을 강조했다.
SK C&C의 이장헌 공공사업본부장도 “지금처럼 사업자선정시 업체간 기술점수 격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저가 덤핑입찰을 하게 되면 아무리 기술력을 가진 회사도 속수무책”이라며 “최저가 낙찰제를 적정가 낙찰제나 기술심사제, 가격 협상제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현행 최저가 낙찰제를 보완하는 장치로 저가심사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하고 건교부, 조달청 등 관련 부처와 업계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는 최저가낙찰제가 투명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시장경제 원칙에 가장 맞다고 판단, 이를 확대 시행하면서 과열 덤핑 경쟁 및 이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 등의 부작용을 보완해 적용대상 공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