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시장, 출혈 경쟁 등 혼란 가중

 가전유통시장이 매출부진, 제조·유통업체간 갈등에 가격 출혈 경쟁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전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매출악화가 극에 달하고 소비자의 비교구매 심리 확산 등으로 인해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건전한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대형 할인점간 제품공급 관련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장기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가격 출혈 경쟁은 분당·일산·목동 등 비교적 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나 구로·가양동 등 경쟁 점포간 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이마트 가양점 관계자는 “주변 가전매장에 들러 가격을 확인한 후 방문하는 고객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다”며 “방문고객을 그냥 보내지 않기 위해 경쟁점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분당점 가전 담당자는 “할인점간 가격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판매가 워낙 부진하다보니 일단 무조건 가장 싸다고 선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유통업체의 공정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판매가격표시제’가 다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상품에 부착하거나 상품 앞에 표시한 판매가는 전시용일 뿐 소비자가 재차 할인을 요구하면 재조정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초 자사 제품을 공급받는 주요 유통점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일명 ‘판매기준가’ 유지를 통보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전자 전문점 역시 최근 전 점포에 ‘가격 출혈 경쟁 자제와 최대의 수익성 확보’를 골자로 한 대표이사 명의의 지침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근본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상태에서 점포별로 달성해야 할 매출목표가 있고, 점장과 직원의 의지에 따라 가격을 재조정, 매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통제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판매가를 유지하는 매장 역시 매출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적아래 소비자에게 보다 비싼 제품이나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외산제품을 구매토록 유도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가전전문점 판매 직원은 “지난해 동기대비 또는 전달에 비해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본사는 물론 점장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어 가능하면 고가의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혜숙 실장은 “판매업체는 무조건 가격이 싸다고 선전하기에 앞서 가격이 싼 이유 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업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비싼 제품을 권유하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상도상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