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가 장르의 희비를 갈랐다.’
DVD타이틀이 비디오를 대체하는 영상 미디어로 부상하면서 이전에는 빛을 못보다가 새롭게 부상한 장르가 있는가하면 오히려 비디오 시절보다 인기가 추락하는 장르가 생겨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고전명작, TV시리즈 등이 DVD 붐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 반해 비디오 시장에서 고정수요를 확보했던 홍콩 무협영화, 공포물, 에로물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장가치가 부각되는 DVD미디어의 특성상 대여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비디오 장르와는 다른 일정한 패턴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애니·다큐·고전물 ‘봄이 왔네∼’=애니메이션 DVD는 출시편수에서 500편이나 나와 전체 DVD 출시작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DVD 판매순위면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은 모두 DVD 대박에 속하는 3만∼4만장씩 팔려나갔으며 중급 애니메이션들도 일반 실사영화보다는 평균 판매고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흥행에서 재미를 못본 마리이야기, 공각기동대 등은 DVD타이틀로 명예회복을 한 케이스. 4월초 출시될 이웃집 토토로, 최근 나란히 출시된 그리스로마신화 애니메이션인 그리스로마신화-전설의 수호자들(비엠코리아), 올림포스 가디언(SBS프로덕션) 역시 꾸준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고전물의 경우도 DVD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마데우스는 무려 2만장 가까이 팔려나간 히트작. 일반판이 1만5000장 판매된데 이어 지난해 말 나온 SE버전도 5000장이나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65년작 닥터 지바고는 4000여종의 DVD타이틀 가운데 판매량이 20위권에 이를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벤허의 경우도 고전물로 다시 부활한 케이스. 최근 출시된 53년작 로마의 휴일도 50년만에 DVD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비디오 시장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다 DVD분야에서 빛을 본 장르에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실크로드 DVD가 1000세트 이상 팔려나간 것을 비롯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등도 소장하고픈 교양DVD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밖에 예술영화, TV드라마 시리즈 등도 DVD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무협·공포·에로물 ‘아이 추워∼’=비디오 대여시장에서는 킬링타임용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DVD로는 큰 재미를 못보고 있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포물.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히트작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헌티드 힐, 피어닷컴 등 대부분의 공포물이 DVD시장에서 실패했다. 파파DVD의 김종래 사장은 “공포물에 대한 소장욕구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의외였다”며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가볍고 밝은 영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디오로는 기본 수요를 갖고 있었던 홍콩 무협영화의 경우는 거의 비참한 수준이다. 와호장룡 정도만 인기를 끌었을 뿐 한번도 판매 20위권내에 진입한 영화가 없다. 올해 출시될 턱시도와 영웅에 그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영화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화질과 음질이 뛰어난 DVD미디어로 보기에는 아깝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협영화와 같은 이유로 성인 에로물의 판매도 부진하다. 출시편수로는 250편으로 5% 가량을 차지하지만 판매량은 미미해 재고 소진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인물은 인터넷과 비디오 등 각종 영상 윈도에서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지만 DVD시장에서 만큼은 예술영화, 독립영화보다 판매량에서 훨씬 밀리고 있다”며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