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도 1회 용품 시대

 국내 시판되고 있는 잉크젯프린터가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 때문에 사실상 1회용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있어 자원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프린터 업계 전반에는 그동안 ‘프린터 본체 판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소비자들에게 보급시킨 후 소모품 판매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이 만연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이 먹혀들수록 이제는 프린터 가격과 소모품 가격에 차이가 없어지거나 역전되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새 소모품을 구입할 바에 프린터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득이 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의 보급형 잉크젯프린터인 MJC-940i 모델의 경우 시중 평균가가 8만5000원선이다. 이 모델에 쓰이는 소모품은 흑백과 컬러 잉크카트리지 두 가지로 각각 3만7000원, 4만3000원 가량 한다. 소모품이 프린터 본체 가격과 맞먹는 95%선까지 육박했다.

 일반적으로 ‘소모품가의 2, 3배가 프린터 가격’이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소비자가 가격정보를 꼼꼼히 알아보지 못할 경우에는 처음 지불한 프린터 가격보다 비싸게 소모품을 구입하는 일도 발생할 수가 있다.

 다른 잉크젯프린터 업체들도 삼성전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사 제품의 경우 소모품 가격이 프린터 본체와 차이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잉크량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잉크젯프린터의 1회 용품화에 대해 업계는 ‘알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린터 본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일 뿐 업체들이 원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프린터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잉크젯프린터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 왔지만 시장변동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린터 업체 관계자는 소모품화되는 잉크젯프린터에 대해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린터가 소모품화되는 데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절대적으로 작용한 만큼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린터 본체에서도 적당한 마진을 취하는 한편 소모품 이익도 현실화해 ‘프린터의 소모품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10만원 미만의 잉크젯프린터는 연간 100만대 안팎 규모였으며 지난해에는 80만∼9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1회 용품처럼 프린터를 사용하게 되면 연간 80만∼90만대의 쓰레기가 방출되는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