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과 상용화 기술 연구 실적이 미미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정부의 조직 및 기능 축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과기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각 부처가 추진해온 산업화 기술 및 고유 연구개발(R&D) 등의 개발이 천문학적인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출연연에 대한 기능 축소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회 체제로 돼 있는 정부출연연의 기능과 역할이 현재의 산업화 기술 개발 중심에서 순수 R&D 중심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산업기술은 민간기업이, 순수 대형 R&D는 과기부, 정보통신기술은 정통부, 산업기술은 산자부 등으로 기능이 조정된 뒤 부처 산하기관인 출연연도 이 같은 흐름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모든 부처의 연구개발사업과 예산권을 부여하되 그동안 19개 출연연을 관리해온 기초·산업·공공기술 등 3개 연구회를 산하기관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부처의 개편도 기능 재정립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연구중심 성과제(PBS)의 부작용으로 초래된 출연연의 보따리식 연구를 지양하고 민간부문에서 수행할 수 없는 과제 연구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의 기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연연의 기능 조정이 이뤄질 경우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산업화 기술 개발에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가장 큰 폭의 조정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연구원이나 조직이 상대적으로 비대한 화학연구원·기계연구원·표준과학연구원 등도 축소 또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과기계의 관측이다.
정통부의 경우 올해 국책연구소의 기능 재정립 차원에서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비의 약 75%를 사용하고 있는 ETRI의 예산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통부는 ETRI를 장기적인 정책 목표에 따른 정책기획(톱다운) 방식의 도전적인 기술개발과 민간기업의 공통애로기술 해소에 주력하는 연구기관으로 기능을 바꿔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급격한 변화를 시도한다면 출연연의 혼란 등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임기인 5년이라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중장기적인 기능 조정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연구회 체제의 조정 방향이 잡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출연연에 대한 기능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