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 대기업들이 올들어 협력업체들을 소수정예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완전자유경쟁을 통한 저가구매 실현을 위해 협력업체를 지속적으로 개발,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는 부품업계 경쟁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전기·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혁신적으로 달성하고 협력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우수 협력업체 위주로 구매를 집중키로 하는 등 구매시스템 효율화에 착수했다.
대기업들은 특히 핵심기술을 보유한 부품업체만을 협력업체로 선정, 이들 업체에 주문량을 몰아줌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공급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기존 공급체계 아래에선 기술 및 가격 경쟁력 강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결국 세트업체와 부품업체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협의체인 ‘협성회’ 회원수를 지난해 193개에서 최근 180개로 7% 가량 축소했다. 삼성은 앞으로 생산라인이 없는 외국계 부품 판매법인을 정규 회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업종별 상위 3∼5개 우수 업체에 물량을 쏟는 집중화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협성회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와 달리 우수 부품업체에 주문량을 집중함으로써 해당 업체가 대량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기술개발도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도 협력사 협의체인 ‘협부회’ 회원 48개사를 이달말 개최되는 협부회 정기총회에서 줄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협부회 회원 2개사를 줄였다. 한 관계자는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 협력업체는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며 우수 부품업체 위주로 협부회를 이끌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이달부터 5개 사업본부 중 DA사업본부인 서울지역(26개)을 제외한 나머지 평택(92)·창원(113개)·구미(79개)지역 등 지역별 협력업체수를 점차 줄여나가는 등 정예화된 우수 부품업체만을 회원으로 가입시킬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계기로 협력사와 ERP시스템을 연계,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협력업체가 참여토록 하는 등 실시간 협력체제를 구축해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전자제품전문생산서비스(EMS)’업체로 육성할 예정이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21세기형 핵심 부품업체를 회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결국 세트업체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중소·중견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