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유닉스 서버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리눅스 전략을 대폭 변경, 메이저 리눅스 업체인 레드햇·수세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넷에 따르면 그동안 독자적 리눅스 버전을 고집하던 선은 세계 1, 2위 리눅스 업체인 미국 레드햇과 독일 수세 등을 자사의 리눅스 사업에 있어 동맹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 업체와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가 있는 선은 코발트네트워크라는 업체를 인수, 그동안 독자 리눅스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유닉스 서버로 유명한 선은 리눅스 관련 개발·마케팅·지원 부문 등에 상당한 돈을 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선 자체의 리눅스 버전인 ‘선 리눅스’에 대해 주요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선이 리눅스 전략을 대폭 변경하려는 이유다. 즉, 베리타스·오라클·BMC·BEA시스템스 같은 소위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들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가 리눅스 버전과 잘 연동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의 제품은 레드햇·수세 제품 같은 주요 리눅스 버전만 지원하고 ‘선 리눅스’는 지원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레드햇·수세 제품과 연동하기보다 리눅스 표준인 ‘LSB(Linux Standard Base)’를 선호해온 선은 이같은 불리함을 돌파하기 위해 현재 수세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협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세의 리눅스 제품은 마이너 리눅스 업체간 연합 컨소시엄인 ‘유나이티드리눅스’의 제품 중 근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한 소식통은 선이 레드햇과도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등 ‘사인’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 리눅스 버전에서 탈피, 리눅스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으려는 선의 이같은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선발 리눅스 기업인 IBM·HP 등과 보다 치열한 경쟁을 불러 올 전망이다. 세계 서버 시장에서 선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IBM과 HP는 이미 각각 레드햇·수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델의 경우에도 레드햇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선이 다른 대형 IT기업에 비해 리눅스 분야에 늦게 진출했다”고 설명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선이 메이저 리눅스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선 대변인은 수세·레드햇과의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는데, 선의 소프트웨어 부문 고위경영자인 조너선 슈와르츠는 이전에 “보다 나은 리눅스 사업을 위해 기존의 전략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거론한 바 있다.
리눅스 판매업체 서열 1, 2위인 레드햇·수세와 선이 협력을 맺는다면 컴퓨터 시장에서 선의 영향력이 커지는 한편 선의 리눅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또 선의 리눅스 고객들에게 보다 강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레드햇과의 파트너십은 그리 녹록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우선 레드햇은 선이 하이엔드(고가·고성능) 분야는 제쳐놓고 로엔드(저가형) 컴퓨터에만 리눅스를 지원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리눅스보다는 솔라리스 플랫폼을 더 선호한다”는 선의 주장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레드햇의 마케팅 부사장인 마크 드 비세는 “왜 우리가 선과 손을 잡아야 하나. 만일 우리가 선을 도와서 성공하게 해준다면 그들은 딴 말을 할 것”이라고 선과의 공조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양사가 공개적 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선은 리눅스 서버 이외에도 웹서버인 ‘아파치 소프트웨어 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데이터베이스 ‘마이SQL’, 자바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톰캣’, 전자우편 소프트웨어 ‘센드메일’ 같은 다수의 오픈소스 제품을 선보였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