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아니라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무차별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라크전쟁,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은 거래소와 코스닥, 대형주와 중소형주 가릴것 없이 팔아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시황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례적으로 길게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매도규모는 평균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셀 코리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아직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시점은 아니지만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설 것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외국인 무차별 매도 공세=올들어 이달 7일 현재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금액은 거래소와 코스닥 각각 4801억원과 1724억원에 달한다. 거래소의 경우 본격적인 매도 공세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한달간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3179억원의 순매수를 보였으나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798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중도 줄었다.거래소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02%에서 현재 35.40%로, 코스닥에서는 10.52%에서 9.75%로 감소했다.

 매도종목이 광범위하지만 그동안 외국인 선호종목으로 꼽히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거 매도에 나서 우려를 더한다.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4365억원, SK텔레콤 1031억원, KTF 218억원어치를 순수하게 매도했다.

 ◇‘셀 코리아’는 아니다=매도 공세는 거세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월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매도규모는 공격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증시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15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는 등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시가총액 상위 대표주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주는 충격을 배가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현재 매도물량은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손절매와 실망매물 등이 출회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 여전히 매수하는 종목에 주목=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도 추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전반적인 매도 속에서도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종목과 매도세가 주춤한 업종 대표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큰 종목은 거래소에서 한국전력(1661억원), 삼성SDI(901억원), LG카드(576억원) 등이며, 코스닥에서는 옥션(104억원), 에이스디지텍(92억원), 유일전자(63억원) 등이다. SK텔레콤, KTF, KH바텍 등 업종대표주들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주춤해졌다.

 허재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라크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하순께부터는 외국인들도 매수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가장 상승탄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종목들은 분할매수에 나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