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진단과 전망]`세빗 2003`

 정보기술(IT)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세빗(Cebit) 전시회가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라스베이거스 컴덱스가 잔뜩 위축된 모습으로 치러졌던 것과는 달리 세계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 등과 같은 유수의 업체들이 주목받는 신기술을 들고 나오는 등 전세계 IT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특히 IBM은 향후 컴퓨팅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을 ‘자율컴퓨팅(autonomic computing)’의 기본개념 및 그동안의 성과물을 이번 전시회에서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어서 세빗의 권위를 한층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자율컴퓨팅은 인간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숨을 쉬거나 걸을 수 있듯이 컴퓨터가 스스로 알아서 장애를 진단하거나 네트워크 등의 컴퓨팅 환경을 최적화해주는 기술이다.

 IBM은 이번 세빗 전시회에서 최근 개발한 자율최적화(self optimizing) 소프트웨어를 시연하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컴퓨팅 요구의 급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례로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웹사이트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방문자가 몰릴 경우 자동으로 보다 많은 자원을 온라인으로 끌어와 이에 대처한다.

 IBM의 자율컴퓨팅 담당 이사인 릭 텔포드는 지금까지 기업은 컴퓨팅 요구의 최대치를 기준으로 삼아 과도한 서버, 소프트웨어, 스토리지 등의 컴퓨팅 자원을 구매해왔으나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평상시 필요한 만큼만 자원을 구매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IBM의 자율컴퓨팅 기술은 자율최적화 이외에도 자율구성(self configuring), 자율치료(self healing), 자율보호(self protecting)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뤄진다.

 IBM에 대항해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휴렛패커드(HP)는 각각 ‘N1’ ‘유틸리티데이터센터’ 등 고객의 기존 컴퓨팅 자원 사용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비슷한 개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노트북, 휴대폰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같은 모바일기기의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의 고성능화로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기존 배터리를 대체할 연료전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노트북PC를 위해 개발한 연료전지 DMFC(Direct Methanol Fuel Cell)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는 도시바를 비롯해 다양한 업체들이 연료전지를 출품한다.

 현재 주요 기업과 대학의 연구소는 니켈카드뮴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연료전지를 앞다퉈 연구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방사능 물질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기술까지 연구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상용화될 경우 기존 모바일 장비의 사용시간을 2∼3배 정도 늘려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현재 연료공급, 연료탱크의 크기 축소, 제조단가 인하 등의 여러가지 난제가 남아있다.

 도시바는 이에 대해 연료전지가 메탄올을 물에 희석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용기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자사의 배터리는 전기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탱크의 크기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275×75×40㎜ 크기의 DMFC를 내년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세빗에서는 컴덱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신기술과 신제품이 등장해 전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세빗과 함께 양대 IT 전시회로 손꼽히는 컴덱스 주관사 키3미디어가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 컴덱스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한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2000년 이후 계속된 IT업계의 불황은 관련 전시회의 동반위축을 가져왔다. 실제 지난해 11월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의 경우 출품업체 수가 전년에 비해 40%나 급감했고 관람객 수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세빗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물론 세빗도 최근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전체 출품업체 수가 지난해 7264개사에서 올해는 6526개사로 11.3%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컴덱스와 비교하면 이 정도의 출품업체를 유치한 것만 해도 적지 않은 성과로 관련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전시회의 무게중심이 미국 컴덱스에서 독일 세빗으로 완전히 넘어갈 공산이 더욱 커졌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