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메모리스틱, SD카드, 콤팩트플래시, USB 등 이동형 저장장치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PDA 등 소형 디지털기기의 보급확산에 따라 동영상은 물론 보다 많은 사진을 저장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저장·가공할 수 있는 메모리카드는 21세기 정보사회의 도래와 맞물려 반도체에 이어 제2의 이머징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니, 파나소닉 등 해외 가전사들은 메모리카드 시장의 장악여부가 향후 유비쿼터스,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270만대, 8억100만달러에 불과했던 전세계 플래시카드 시장은 올해 6950만대, 8억7000만달러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내년도 1억920만대, 11억1900억달러로 급신장할 전망이다.
국내 메모리카드 시장도 지난해 107만대으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54만9000만대, 내년도 218만대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추가하는 퓨전화의 급진전과 양방향 디지털TV시대의 개막은 SD카드 등 제품의 소형화를 가능케 하는 이동형 저장매체 수요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동형 저장매체 시장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는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메모리산업에서 세계 1위라는 번듯한 명함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이동형 저장매체 시장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산업계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반도체 칩의 응용상품인 메모리카드 시장은 여전히 일본, 미국, 대만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일본 소니가 최근 1Gb급 메모리스틱를 내놓고 자사와 표준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파나소닉 진영의 SD카드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고, 미국 데이터플레이는 25센트 동전만한 크기의 초소형 저장매체 ODD 등 첨단 저장매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메모리스틱 생산체제를 갖췄고 한빛전자, 동양반도체 등 몇몇 업체들만이 생산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이동형 저장매체 시장은 삼성물산, LG상사 등 종합상사와 디지털투유 등 일부 유통업체들이 수입·판매하는 데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천기술 부족과 기술이전에 따른 막대한 로열티 등 시장진입 장벽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반이 여전히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이동형 저장장치 시장은 샌디스크, 소니, 하기와라, 파나소닉 등 미국과 일본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트랜센드, PQI 등 대만 브랜드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국시장은 물론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이동형 저장매체 시장은 보완성이 떨어지는 스마트미디어카드(SMC)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휴대폰카메라 등 소형기기에 채용할 수 있는 SD카드 시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의 무한한 시장성을 감안해 국내업체들도 전략적 제휴 등 기술이전을 통한 생산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C기반의 범용직렬버스(USB) 플래시 드라이브 시장도 최근 대만,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공세를 펼치면서 갈수록 국내 전문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USB 플래시는 제조사별로 규격이 다른 메모리카드 타입과 달리 PC, PDA 등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USB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어 시장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세미코리서치는 플래시메모리 기반 USB 저장장치가 올해 1000만대, 1억달러 시장규모에서 4년 후인 오는 2006년까지 5000만대, 38억달러 시장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세미코의 한 관계자는 “기술개발 및 선발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원천 기술력을 폭넓게 확보하는 동시에 전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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