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 FTA, 장기적 포석에 주안

 한국과 싱가포르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당장의 직접적인 교역확대 효과보다는 ASEAN 등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확보 등 장기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싱가포르 FTA의 영향과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교역확대 효과보다는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확보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 등 장기적 영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인구 413만명의 작은 시장, 국내총생산(GDP) 853억달러로 우리나라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싱가포르 시장은 이미 전품목 무관세화가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FTA 체결이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확대에 주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연구소측의 분석이다. 오히려 관세철폐에 따라 우리나라의 일부품목 수입증가, 제3국산 제품 우회수입 등이 우려된다.

 지난해 싱가포르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수입품의 70%는 반도체, 컴퓨터용품, 프린터, 통신기기 등 대부분 무관세 품목. 따라서 한·싱 FTA 체결로 큰 폭의 수입증가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할당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석유제품, 컴퓨터부품 중 일부 품목, 전기기기 등은 관세철폐시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표참조

 이에 따라 연구소측은 △관세철폐시 수입증가가 우려되는 수입 민감품목을 선정해 관세철폐 기간을 설정하고 △싱가포르로부터 제3국산 제품이 우회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혜원산지규정을 가급적 엄격히 규정하며 △금융·물류·통신·사업서비스 등의 협력강화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을 주문했다. 또 싱가포르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방향으로 양국간 FTA가 체결돼야 한다고 덧붙혔다.

 한편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 발표와 함께 국내 95개 대싱가포르 수출입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업체의 66%가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선 업체들은 FTA 협상시 △제3국 상품이 싱가포르로부터 우회수입되는 것에 대한 방지장치 마련 △양국간 투자교류 확대 △제3국 다국적 기업들의 대한국 투자유치 등에 정부가 특히 신경을 써 줄 것을 요구했다.

 한·싱 FTA 체결시 협력이 크게 확대될 분야로 일선업체들은 무역(46%)과 물류·운송(19%)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금융, 정보통신, 관광, 법률의료 등 전문서비스 분야 순이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