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PC부품 업체들, 위기탈출 `온힘`

 수요침체, 가격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용산의 PC부품 유통업체들이 위기 탈출을 위한 필사의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MV사랑, 용산컴퓨터전자부품협회 등 품목별 연합체를 구성하고 밀어내기, 위탁판매, 무자료거래 등 유통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기 위한 자정움직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연합회들이 가격질서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공동으로 광고 게재를 철수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연합회들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잇따라 설립되는 연합단체=최근 용산 전자상가에는 CPU, 메모리 등을 유통하는 150여개 업체가 용산컴퓨터전자부품협회(회장 김이갑)를 설립한 데 이어 11일에는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를 유통하는 주요 총판 30여곳이 참여한 MV사랑(회장 이용길)이 결성된다.

 또 지난해에는 용산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업체들이 참여한 컴퓨터전자상거래연합회와 PDA 유통업체들이 참여한 한국PDA연합회 등이 결성되는 등 유통질서 개선을 위한 동종업체간 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변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상가별 상우회와 용산조합 등 기존 단체들이 이미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품목별 연합회 구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수요침체와 가격하락 등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유통업체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식의식이 유통시장에 고조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PC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유통업체들의 평균 마진율은 3% 미만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소매 유통점들의 부도가 잇따르며 매년 회수하지 못하는 부품대금도 급속히 늘어나는 등 유통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MV사랑의 이용길 회장은 “유통시장의 중심에 서있는 총판업체들부터 무자료 거래 및 장기여신 거래를 척결해 시장에서 적정 판매가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거래방식 변화로 매출감소 등이 우려되지만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격화 우려되는 온·오프라인 갈등=MV사랑 등은 최근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수입원들과 공동으로 특정 가격비교사이트에 게재된 배너광고를 모두 철수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또 이들은 비교사이트들이 가격혼란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비교사이트에서 비정상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대한 공급중단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혀 이번 문제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가격비교사이트 운영업체의 관계자는 “PC 부품 가격 회복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으로, 일부단체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유통업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 비정상적 거래가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