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도전한다]이파워게이트

 ‘세계 무대에서 펼치는 슈퍼컴퓨터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모델의 진수를 보여준다.’

 슈퍼컴퓨터 하면 흔히 연구·개발과 같은 비수익성 분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파워게이트(대표 최은석 http://www.epowergate.co.kr)가 국내외에서 떨치는 기개를 들여다보면 슈퍼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일반 상용시장에 ‘ASP’를 접목시킨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틈새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벤처의 성공담으로 기록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파워게이트가 공략하는 시장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필수적인 ‘렌더링(rendering)’ 기술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것. 렌더링 기술은 3차원 컴퓨터 그래픽에서 화면에 그려지는 물체의 각면에 색깔이나 효과를 넣어 입체감과 사실감을 나타내는 기법으로 최근 블록버스트 영화에서 필요한 3차원 특수효과에는 필수적이며 결국 슈퍼컴퓨터와 같은 파워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일부 대형 기획사의 경우 컴퓨팅 파워를 직접 보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시적으로 빌리는 외주제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파워게이트의 시장이 해외무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략대상이 아직까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파워게이트는 지난 2000년 말 KIDC를 임대, 클러스터 형태의 슈퍼컴퓨터 센터를 가동했다. 이후 한국, 일본 등 국내외 15개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로드쇼 및 벤치마킹테스트를 개최하며 해외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파워게이트는 일본과 미국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최근 국내에서 가동한 슈퍼컴퓨터를 미국 할리우드 센터로 합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작업이야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만큼 어느 지역에 센터가 있든지 관계없지만 아무래도 ‘본고장’으로 가는 것이 영업에 이로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500CPU 규모의 슈퍼컴퓨터 파워를 가동하고 있는 미국센터의 경우 월 평균 컴퓨팅 파워의 가동률이 80%다. 이 정도면 이파워게이트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수준. 또 100CPU 수준의 파워를 보유한 일본센터도 조만간 정식 가동에 들어간다.

 이파워게이트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는 클러스터 형태의 슈퍼컴퓨터 시장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파워게이트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당시 단일한 슈퍼컴퓨터 파워로 보유하는 대신 인텔칩 기반의 서버를 클러스터로 묶는 방법을 도입, 초기 인프라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택했다. 클러스터 기술의 발전과 시장 가능성을 정확히 발견한 셈이다.

 이파워게이트가 보유한 클러스터 기술은 지난 2001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한국형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테라 클러스터 개발 프로젝트)’ 1차 사업을 수주하며 발휘됐다.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파워게이트의 올해 매출목표는 100억원 이상. 지난해 올린 매출 40억원을 해외에서만 올리겠다는 이파워게이트의 세계무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지켜볼 만하다.

 

 <인터뷰/배영주 한국·일본법인 사장>

 “지난해까지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파워게이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리는 준비기였습니다. 클러스터와 렌더링 분야의 전문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제대로 된 파워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블록버스트의 본거지인 ‘할리우드’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파워게이트 배영주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특히 센터를 미국으로 합친 이후 할리우드 현지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직원 모두 고무돼 있다고 한다.

 이파워게이트는 출발 당시 사업영역도 특이했거니와 기업을 설립할 당시부터 해외자본을 유치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대만 중화공업개발은행(CDIB)을 비롯해 구 컴팩 등으로부터 620만달러를 투자받은 것. 배 사장은 “이파워게이트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성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받은 셈이 아니겠냐”고 되묻는다.

 배영주 사장은 현재 국내와 일본 법인을 총괄하고 있다. 전체 대표직을 맡고 있는 최은석 사장은 이파워게이트 올 사업의 승부처인 미국사업을 도맡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명공학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유럽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는 배 사장은 “국내 벤처도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꼭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