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50년 이후 7차례 전쟁을 경험한 미국 증시는 전쟁 발발 직후에는 단 한번을 제외하곤 모두 지수가 하락했으나 6개월 이내 대부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국내 증시의 경우도 80년대 이후 벌어진 3차례의 현대전에서 지난 91년 걸프만전쟁 때만 6개월내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했을 뿐 그라나다침공(83년), 아프가니스탄공격(2001년) 당시에는 6개월내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10일 증권거래소가 미국 주도로 치러진 7차례의 전쟁과 당시주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다우지수는 전쟁 발발 후부터 6개월 동안 상승한 사례가 5차례로 하락사례 2차례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지난 91년 걸프만전쟁 때는 개전 이후 6개월 평균 주가가 11.74%나 급등하는 기록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지난 62년의 쿠바 위기 당시에도 위기 이후 6개월 평균주가가 9.66%나 급상승했다.
거래소 시황 분석팀 관계자는 “걸프만전쟁 이후 미국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당시 유가 위기나 전세계 동반 불황의 가능성이 전쟁 발발과 함께 해소됐기 때문”이라며 “미국내 군수산업의 호황도 한몫을 했다”고 풀이했다. 국내 증시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전쟁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단행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공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카불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10월 7일 이후 6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KOSPI)가 무려 25.28%나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가 9·11테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카에다 조직의 와해에도 실패하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들며 4.16%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표참조
한편 90년 이후 발생한 미국내 주요 테러사건에 따른 미증시 영향도 국외 전쟁 때와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다. 대부분 테러 발생 직후는 소폭의 조정을 겪은 뒤 6개월내에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9·11테러 때는 이전 2차례의 테러사건 때와는 달리 이후 6개월 동안 6.94%의 지수하락률을 보이며 충격을 쉽게 탈출하지 못했다.
거래소 시황분석팀 관계자는 “중동지역 전쟁 경험으로 국한하더라도 전쟁 발발 후 6개월간의 한, 미 증시 영향은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며 “이번 이라크전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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