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3월 10일은 세계 대표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과 나스닥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코스닥 종합지수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코스닥의 하루 거래대금은 3년전과 비교,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기존 구경제에 대한 분석틀로는 적당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던 코스닥시장과 IT기업들의 주변환경은 불과 3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3년전 3월 10일과 사상 최저로 하락해 있는 현재의 코스닥시장, ‘극과 극’을 비교해 본다.
◇지수 8분의 1로 급감=지난 2000년 3월 10일 283.44로 고점을 찍었던 코스닥종합지수는 3년만에 36.20으로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96년 7월 1일을 기준해 100으로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의 하락률은 87%에 달하며 3년전 고점과 비교, 지수는 8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3년전 5000선을 넘기도 했던 나스닥지수도 최근에는 1300 근처에 머물러 76%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등록기업수가 487개에서 880개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오히려 낮아졌다. 3년전 93조원에 육박했던 등록기업 전체 시가총액은 현재 32조원 밑으로 급감한 상태다.
급증한 기업수를 감안할 때 등록기업들과 코스닥시장의 위상저하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거 물갈이=3년만에 시가총액 상위사들도 많이 변했다. 여전히 KTF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종목의 변화는 3년간의 굴곡을 반영하고 있다. 3년전 시가총액 2위였던 한솔엠닷컴은 KTF에 흡수됐고 한통하이텔·드림라인·주성엔지니어링·한글과컴퓨터·로커스 등도 이제는 그 위상이 많이 약해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종목들로 변했다. 지금은 기존에 영업기반을 갖추고 코스닥시장에 새로 이름을 올린 강원랜드나 기업은행, SBS, LG홈쇼핑 등이 시가총액 상위사들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3년전 고성장주로 각광을 받았고 이후 ‘인터넷 버블’에 휩쓸려 관심권에서 멀어졌으나 수익모델을 확보, 다시 시가총액 상위사로 복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종목수 증가에도 거래대금 급감=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3년전 2억6000만주였고 이날도 2억8000만주대로 비슷했다. 하지만 거래대금은 5조6502억원에서 이날 4849억원으로 급감,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거래되는 주식수는 같지만 주가하락으로 거래대금 규모는 급감한 것이다. 이런 거래대금의 급감은 코스닥증권시장에 대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현 수준의 거래대금이라면 코스닥증권시장은 3월 결산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스닥의 현재 등록기업수는 880개로 3년전과 비교해 80%나 증가한 반면 나스닥 상장기업수는 오히려 4832개에서 3566개로 27% 줄었다. 이는 그동안 국내 IT벤처들의 창업 및 시장 등록 열기가 뜨거웠다는 의미도 되지만 시장성장에 비해 많은 종목이 생겨나며 시장의 수급여건은 악화돼왔음을 드러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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