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컴퓨팅]IT자원 대통합…컴퓨팅 혁명 `성큼`

 IT자원이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IT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IT자원에 대한 투자가 기업조직의 요구에 대한 솔루션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전사적인 IT자원의 전략적·정책적인 투자로 바뀌고 있다.

 90년대 후반들어 구체화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IT자원 활용에 대한 이같은 고민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차세대 컴퓨팅’이라는 개념이다.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강조하고 있는 차세대컴퓨팅 전략을 ‘장기화된 IT 불황을 극복하려는 공급자의 상술’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차세대 컴퓨팅 전략이 기업의 니드는 물론 컴퓨팅 환경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IT투자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시스템이 비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현업의 비즈니스 요구를 즉각 반영하는 IT환경을 구축하기가 결코 쉽지 않게 됐다. 이같은 고민과 어려움은 더 이상 개별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업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묘수로 내놓은 것이 차세대 컴퓨팅 전략이라는 것.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3사의 차세대 컴퓨팅은 이름이 무엇이든지간에 출발점과 목적은 같다. 다만 각사의 역량과 비전이 달라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서로 다른 컨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략 본격 가동=지난달 24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차세대 전략인 N1전략을 소개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한국HP가 AI전략, 한국IBM가 온 디맨드전략 세미나를 개최하며 차세대 컴퓨팅 전략 바람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IBM·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은 각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세대 컴퓨팅 전략을 구현하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들 3사는 올해 차세대 컴퓨팅 전략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어서 올 한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기술우위 논쟁과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왜 차세대컴퓨팅인가=지난해 10월 샘 팔미사노 신임 회장 취임과 동시에 IBM이 주창하고 있는 차세대 컴퓨팅 전략 ‘비즈니스 온 디맨드’나 ‘적응인프라’로 직역되는 HP의 ‘어댑티브 인프라스트럭처(AI:Adaptive Infrastructure)’, 소프트웨어 전략인 선원(SUN ONE)에 가상화전략(V1), 자동화전략이 통합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N1’ 전략은 접근법이나 구현방식, 현재 제공하는 기술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상황인식이 깔려있다.

 우선 비즈니스 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런 경영환경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두번째로 이를 뒷받침하는 IT 자원이 급격히 늘어나 기업들이 관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분산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 이기종 IT 플랫폼의 도입이 늘면서 IT자원의 대통합이 뚜렷한 과제로 부각됐다.

 결국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발한 차세대컴퓨팅 환경은 서버나 스토리지·애플리케이션·관리 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자원을 기업이 직접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값을 지불하는 변화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이런 환경이 구현되는 차세대컴퓨팅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자동화(지능화) 기능이 포함된다. IT자원이 네트워크에 기반한 가상 컴퓨팅 환경에 엮여 있고, 기업들은 원하는 수준의 IT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고 빌려쓰고(유틸리티) 관리할 수 있는 IT(아키텍처) 및 인프라를 소유하게 된다.

 특히 컴퓨터나 스토리지의 자원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야 하며 각각의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파티셔닝 기능, 자가치유 기능, 이기종 자원의 통합관리 기능 등이 우선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각론에 있어서는 3사 3색=한국IBM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법이다. 한국IBM은 차세대 컴퓨팅을 구현함에 있어 서비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IBM의 경우 기업이 봉착한 IT자원의 관리문제를 컨설팅에서부터 IT자원을 서비스해 주는 아웃소싱으로 연결하고 있는 점이 다른 2개사의 전략과 가장 다른 점이다.

 또 티볼리를 비롯한 래쇼날·DB2·웹스피어·로터스 등 IBM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통해 IT자원 통합과 관리를 지원하며, 궁극적으로는 웹서비스를 구현하는 미들웨어나 그리드컴퓨팅을 구현하는 ‘글로버스 툴킷’ 미들웨어를 통해 이기종 환경을 통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점도 차별화된 요소다.

 이에 비해 한국HP와 한국썬은 이기종 플랫폼을 특정 ‘관리 소프트웨어’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HP의 AI전략에는 서비스, 컨설팅을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IBM보다는 개념이 약하다. 대신 한국HP는 멀티OS 구현을 AI전략의 핵심이자 차별화 요인으로 내세운다. 자체 OS를 비롯해 윈도·리눅스·솔라리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IBM과 달리 오라클이나 BEA 등 독립 솔루션 진영과 상당히 밀접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선의 경우에는 서비스 자체를 독립진영의 몫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서비스를 핵심전략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기종 플랫폼에 대한 통합 관리툴에 대한 접근을 펼치고 있는 한국썬은 ‘선플랫폼’에 기반한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솔루션으로 통합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