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시대를 연다](6)개성공단의 비전

 노무현 정부가 북한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천명하면서 남북이 공동 추진중인 북한의 개성공단이 이를 위한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올 9월까지 경의·동해선 연결을 통해 대륙과 육로연결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성공단에까지 그 효과를 확산하겠다는 ‘그랜드플랜’을 마련했다. 즉 지역적으로 근접한 인천·서울과 함께 북한의 개성공단을 한 데 묶어 이 지역을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한반도 ‘허브기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천지역을 물류와 IT관련 연구개발단지·관광단지로 조성키로 하고 북쪽으로는 개성공단과 연결해 ‘수도권 비즈니스 집적지’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인수위가 구상한 장기비전의 핵심은 송도지역의 연구개발기지를 가능하면 북한의 개성공단까지 확산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개성·신의주 등 북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현지 과학기술 연구협력센터를 설립해 공동연구·인력교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이 본격 개발될 경우 이 지역은 노동력 등 비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생산기지의 하나로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한 경공업분야 중소기업은 물론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진출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업지구는 남북경제협력의 한 축으로 기능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개성공단 활성화는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신의주 특구가 양빈 초대 장관 구속사태로 차질을 빚게 되자 중요성이 더 커졌다. 당분간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신의주 특구와 달리, 개성공단은 개발계획이 구체화돼 있고 진출을 희망하는 남한 기업이 수백개에 달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경우 개성공단 개발은 신의주 특구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당초 일정을 넘겨 착공식이 연기되고 있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북은 개성 850만평의 부지 중 1단계 100만평에 대한 개성공단 조성사업을 2003년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올해는 주변 상황만 뒷받침된다면 개성에서 남측의 건설 중장비와 북측의 인부들이 어우러져 길을 닦고 공장을 짓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토지공사 측은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을 위해 현재 100만평에 대한 기본설계가 진행중”이라며 “계획대로라면 기본설계는 올 9월말 종료되며 이후 실시설계에 들어가 내년중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들어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북측도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개성공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개성공단 건설 공동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들이 중심이 된 개성공업지구 사전답사단은 지난 2월 21일 분단 반세기만에 개통된 경의선 임시도로를 통해 방북했다. 개성공단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핵심적 사안인 경의선 연결도 지난해말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눈앞에 두게 됐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남한의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경제권 형성의 초석이 될 수 있으며, 남북경협은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경제적 효과 외에 북한으로서는 국제적 신인도 제고, 선진기술 습득, 주민생활의 질 향상 등의 경제외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남측은 저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 확보와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 동북아 진출 거점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완공된다면 경인지역-개성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사실상 평화지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개성공단의 개발과 기대효과

 남북이 지난해 8월 개성공단 조성사업 착공을 위해 협력키로 합의한 데 이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11월 20일 5장 46조 부칙 3조로 이뤄진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공포함에 따라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개성공단 조성사업=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협력사업 형태는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북측으로부터 토지를 50년간 임차해 공장구역으로 건설하고 국내외 기업에 분양,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개성시 및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공단 800만평과 배후도시 1200만평을 조성한 뒤 남한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게 된다.

 현대아산은 이미 공단조성 부지에 대한 측량 및 토질조사 작업을 끝냈으며 올해 착공할 경우 2년안에 100만평 규모의 시범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단지에 이어 산업단지 등 전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는 10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1단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2단계(2∼5년차, 200만평)와 3단계 사업(6∼9년차, 550만평)이 차례로 진행돼 1000여개 업체가 입주해 8만명을 고용하게 되며 기술집약적 경공업과 내륙형 중공업 또 산업설비 및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도 진출하게 된다.

 지난 1월말 현재 현대아산에 개성공단 입주를 신청한 국내외 기업은 업종별로 섬유 192개, 의류 186개, 기계·금속 143개, 전기·전자 87개 등 모두 912개 업체다. 현대아산은 토지공사가 올해 말까지 1단계 조성사업을 마치면 곧바로 이 업체들을 입주시킬 계획이지만 착공식이 늦어질 경우 입주지연도 불가피하다.

 ◇남북 합의 내용=남북이 지난해 말 개성공단건설 실무접촉에서 맺은 통신·통관·검역 등 3개 분야에 관한 합의서는 개성공업지구와 남측지역간에 일반우편물·소포는 물론 유무선 전화, 팩시밀리, 인터넷, 영상 및 비디오통신, 위성통신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착공돼 내년중 100만평이 우선 조성되면 남한측 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내 통신·통관·검역 합의를 바탕으로 입주와 동시에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개성공업지구와 남측지역간 우편·전기통신을 국가간 교류가 아닌 민족 내부간 교류로 인정함으로써 남과 북이 한 국가에서의 우편 및 통신처럼 단일 요금체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남북은 통신교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지정된 통신사업자가 직접 필요한 시설을 갖춰 운영키로 했다.

 ◇사업조건=임금·조세·노동 등 사업조건은 사업자간 협의 및 이를 내용으로 한 북측의 하위규정과 세칙마련을 통해 정해진다. 먼저 임금과 관련, 북측은 기본급 80달러와 성과급 20달러 등 월 100달러를 최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베트남이 월 50∼60달러, 중국이 월 50∼1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월 50∼60달러의 기본급에 20달러 정도의 ‘α(성과급)’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업소득세(법인세)의 경우 일반 기업은 14%, 인프라 및 최첨단 기술업체는 10%다. 제품을 생산한 뒤 남한에 반입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할 경우에는 5년 면제∼3년 50% 감면 등의 조건으로 거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노동력 공급 방식에서는 ‘개인모집(개별모집)’이 허용되지 않아 북측이 노력(노동력) 알선회사를 설립, 모집인원보다 10∼20%를 더 보내면 입주기업이 이들 가운데 선발해 3개월 정도의 견습을 거쳐 채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경제적 효과=공동사업자인 현대아산은 공단 완성시 남측에서 약 36만명, 북측에서 25만명의 고용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8년 동안 진행되는 3단계 개발과정에서 부가가치만 남한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 북한 62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남북을 합친 61만명의 고용인원은 현재 국내 창원공단(고용인원 7만명)의 거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토연구원은 개성공단이 완공될 경우 북한은 17만명의 고용효과와 함께 210억9000만달러(27조1079억원)의 생산효과, 6억6000만달러(8480억원)의 소득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3단계 공사가 끝난 뒤 1년이 지난 시점(착공 9년차)까지 남북을 합쳐 모두 722억8000만달러(약 92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개성공단 및 배후단지 개발의 생산유발 효과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남한의 경우 건축자재 생산 등을 중심으로 2조2782억원, 북한은 3조3914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유발효과는 남한이 2만2347명, 북한이 3만9030명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