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야, 애니메이션이야.’
만화 그래픽을 차용한 이른바 ‘카툰렌더링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편의 만화영화를 떠올리 게 하는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카툰렌더링이란 만화에 주로 사용되는 외곽선이나 음영기법을 도입,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 효과를 부여하는 표현기법이다. 특히 ‘카툰렌더링 게임’은 지난 2년간 하나의 열풍을 이룬 3D 게임보다 그래픽면에서 한차원 진화된 개념으로 서서히 각광받고 있다.
카툰렌더링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보는 맛’이 다르다는 것. 게임을 즐기다 보면 게임을 하는지, 애니메이션을 보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대표작으로는 PC게임 ‘천량열전’과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등이 있다.
지난달 출시된 ‘천량열전’은 동명의 무협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인공 연오랑이 무림고수들을 물리쳐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캐릭터의 조그만 액세서리부터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까지 세세하게 표현한 ‘카툰렌더링’ 기법으로 표현했다. 전투 등 다이내믹한 액션에서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야말로 잘 만든 만화영화를 방불케 한다.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는 게임업체 넥슨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중인 야심작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전에서 공개돼 단번에 화제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단 한편의 ‘재패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압권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큰 눈망울의 캐릭터들은 예쁜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파란 하늘, 푸른 들 등 원색을 사용한 배경도 인상적이다. 캐릭터가 움직일 때마다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카툰렌더링’ 기법을 사용한 채팅게임 ‘파티파티’도 ‘보는 재미’가 두드러진다. 이 게임은 채팅사이트에 등장하는 아바타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으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다.
만화 같은 배경에서 만화 같은 캐릭터가 대화도 나누고, 춤도 함께 출 수 있다. 기존 텍스트나 아바타들의 간단한 표정변화에 만족했던 ‘채팅족’이라면 색다른 채팅을 이 게임을 통해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 게임포털 넷마블에서 서비스중인 레이싱게임 ‘카툰레이스’도 레이싱 게임으로는 드물게 ‘카툰렌더링’ 기법을 도입해 어린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천량열전’을 개발한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인 ‘씰온라인’도 만화 같은 게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상원 넥슨 사장은 “카툰렌더링 기법은 외곽선이나 음영 표현을 위해 그래픽에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개발사 입장에서는 많은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3D 게임이 2D 게임을 대체했듯 카툰렌더링 게임도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